기름값 高高해도 승용차는 Go… Go!
입력 2011-01-20 21:15
직장인 김모씨는 휘발유값 부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차를 몰고 다닌다. 김씨는 “휘발유값이 많이 올랐는데 신기하게도 도로 막히는 건 똑같다”면서 “나도 그렇지만 다들 아직까지는 버틸 만한 모양”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휘발유값이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교통량도 늘고 있다. 기름값이 올랐다고는 하나 소비자들의 소비행태를 바꿀 정도는 아닌 것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달 들어 평일과 주말 일반 승용차의 평균 통행대수는 각각 295만7884대, 331만1862대로 지난해 1월보다 통행량이 평일 13%, 주말 16% 정도 늘었다. 이는 고속버스와 영업용 화물차 등 업무용 경유차량 통행량을 제외하고 일반 승용차만을 집계한 것으로, 지난 1년간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율 3.6%를 크게 앞지른다. 특히 주말 통행량이 업무용 차량을 제외한 나들이객의 자가용 이용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교통량이 꽤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월 ℓ당 1661.15원이던 전국 보통 휘발유값은 이달 들어 1820원을 넘어섰지만 도로 교통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휘발유 소비량도 2009년 같은 기간보다 5.16% 늘었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선 정부가 기름값 인하에만 집중하기보단 적정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수요를 줄여나가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유업계도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안정에 나서는 데 대해 반대하진 않는다. 다만 현재 기름값 시스템이 국제유가와 환율이 오를 때마다 국내 제품값 상승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정책 방향을 석유류 소비 감소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유가격이 2003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인데다 석유를 연료로 썼을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 비용도 크기 때문이다. 유럽 선진국들은 높은 세금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한국의 휘발유 세금은 ℓ당 900원 수준이지만 핀란드와 스웨덴은 1375원, 1344원이며 산유국인 영국마저도 1368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한국 기름값은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치고는 싼 편”이라면서 “기름값 상승이 큰 부담인 서민층엔 보조금을 지급하더라도 앞으로는 전체 가격을 상향 조정해 수요를 줄이고 다른 에너지원 개발에 눈을 돌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