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시장 돕겠다” 말은 했지만… 한나라의원들 ‘무상급식’ 냉가슴

입력 2011-01-20 18:22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와 벌이고 있는 ‘무상급식 전쟁’을 바라보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겉으로는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우선 당 지도부는 오 시장이 당과 사전협의 없이 전면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에 불쾌감을 갖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20일 “당의 명운이 걸릴 수도 있는 중요한 일을 상의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결정해버리면 어떡하느냐”고 말했다. 다른 최고위원은 “학부모들 사이에 무상급식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인데, 투표해도 이길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의 협조가 절실한 서울 지역구 의원들은 관련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 권영세 의원은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찬성한다”며 공개적으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부분 의원들은 “찬성, 반대 모두 부담스럽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다만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많았다. 한 초선의원은 “주민투표가 내년 총선 전초전으로 치러지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지역구에서 공개적으로 무상급식에 반대한다는 말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시의회가 오 시장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주민투표를 위해 서울시 유권자의 5%(약 42만명)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 점도 버겁다고 호소한다. 서울 48개 지역구마다 1만명 가까운 서명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일부 의원들은 오 시장이 무상급식 문제를 진보와 보수의 이념 대결로 몰고 가며 개인의 정치적 승부수로 활용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서울 북부지역의 한 의원은 “오 시장이 무상급식과의 전쟁을 통해 당에 충성도가 높은 보수층의 마음을 잡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권영진, 진성호 의원 등은 “전면 무상급식 반대는 당론”이라며 “눈앞의 선거만 생각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당 차원에서 오 시장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무상급식뿐 아니라 야권의 무상복지 시리즈와의 여론전에서 진다면 총선과 대선 모두 승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지난 14일에 이어 21, 22일 연속으로 서울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난다. 오 시장 측은 “현재까지 서울시 당협위원장 가운데 오 시장의 주민투표 제안에 15명이 찬성하고, 반대는 1명뿐”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의원들이 지지를 보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장희 노용택 유성열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