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시대 열리다-③ 차이메리카의 외교·안보] ‘안보 협력’ 총론 일치… 각론선 마찰 소지 여전
입력 2011-01-20 18:21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으로 ‘양자관계에 의한 국제적 협력 질서’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국제 외교·안보 분야에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는 상황을 맞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오전(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상호 존중과 호혜적 관계에서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새로운 양자관계 정립=미·중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양자 관계를 ‘21세기를 향한 긍정적이고, 협력적이며, 포괄적인 미·중 관계’(the positive, cooperative, comprehensive US-China relation for 21st century)로 표현했다. 두 정상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언급하면서 번갈아가며 ‘공통 이익’이나 ‘협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만큼 두 나라가 주요 2개국(G2) 체제의 확실한 정립을 희망한 것이다.
여기엔 ‘신냉전 시대’로 불릴 만큼 충돌이 잦았던 최근 수년간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 작용했다. 양국 최고위층은 최근 제로섬(zero-sum) 게임에서 탈피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특히 두 정상이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확인한 건 미·중 관계가 보다 협력적으로 나아갈 것임을 시사한다.
총론에서는 이처럼 협력과 공생 관계를 강조했지만 각론에선 이견을 노출시켰다. 인권 문제 등에선 ‘중대한 견해차’가 있음을 인정했다. 미국은 인권 증진과 민주주의가 외교정책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중국은 어떤 나라도 내정간섭이 있어선 안 된다고 받아쳤다. 향후 양자 관계에서 또는 다자간 외교에서 양국이 부딪힐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대만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함없다고 분명히 밝혔으나 경우에 따라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이 있다.
◇협력적 외교·안보 관계 구축키로=미·중은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는 군사적 관계가 양국의 긍정적이고 호혜적 관계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또 ‘잘못된 판단을 줄이고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실질적 대화와 모든 수준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에 따라 외교 및 안보 분야에서 양국 간 고위급 인사들의 상호 방문과 심도 있는 대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공동 인식은 글로벌 안보 이슈에 대해 양국이 보다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이끌어낼 환경 조성에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반도 문제에선 일정한 공통분모를 도출해 냈다. 두 나라는 또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폭력적 극단주의, 해적 소탕, 사이버 보안, 초국가적 범죄 등에 대해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 핵 확산과 핵 테러 위협에 대해서도 공동보조를 약속했다.
양국은 전 지구적 안보 분야에서 입장을 같이했으나, 자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개별 현안에선 각자의 목소리를 키울 가능성은 여전하다.
우선 양국이 서로 핵심 국가이익이라고 여기고 있는 남중국해 등 서태평양에서의 군사력 대립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영유권 분쟁을 주권적 차원으로 다루고 있어 조금도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으로서도 당장 안보적 차원에서라도 태평양으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을 그냥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두 정상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상호 존중과 소통 증진으로 다자기구를 포함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키로 합의’했지만 불협화음을 완전히 해소할지는 미지수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