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영성대학 여는 이윤재 한신교회 목사 “목회본질 함께 고민하실 분 오세요”
입력 2011-01-20 20:43
목회자를 위한 교육 과정이 신설된다면 대개 어떻게 장점을 강조할까. ‘목회에 직접 도움 됨, 단기간에 학위 취득, 교회 성장비법 있음’ 등일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 한신교회 이윤재 목사는 오는 3월 시작하는 ‘예수영성대학’에 대해 정반대의 설명을 한다. “1년 안에 3배 성장하는 법, 한 번 전도해서 등록시키는 법, 설교 재미있게 하는 법 등은 하나도 안 가르칩니다. 학위 안 드립니다.” 그럼에도 그는 “진정 목회의 본질을 고민하는 이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예수의 복음이 본래 역설적이기 때문이란다.
예수영성대학은 고 이중표(1938∼2005) 목사의 ‘별세신앙’을 잇기 위한 취지로 한신교회와 별세목회연구원이 공동으로 개설하는 것이다. 별세목회연구원의 전신인 한신목회개발원이 1987년부터 매년 진행해 지난해 24회까지 4만6000여명의 목회자가 참여한 ‘전국 목회자 세미나’를 체계적인 학문 과정으로 발전시켰다는 의미도 있다. 다만 이 목사는 “이 모든 배경은 한마디로 줄이면 ‘본질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영성이 교실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인가. 이 목사는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영성은 가르쳐지는 게 아니지요, 붙잡히는 것이지요”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것일까. 이 목사는 먼저 자신에 대한 고백을 풀어놨다.
“저도 이 시대의 목회자로서 자신도 모르게 성공주의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몇 명을 모으자’는 목표에 매진한 적도 있었고, 달성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사기 치는’ 나 자신을 깨달았습니다. 점점 예수님과 상관없는 말만 하는, 그냥 그런 종교인이 돼 가는 저 자신에게 절망스럽기도 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저에게는 훌륭한 스승이 있었던 것”이라고 이 목사는 말했다. 바로 이중표 목사다. “오랜 세월 곁에서 지켜보면서, 4년반 동안 부목사로서 모시면서 한때는 ‘뭘 저렇게까지 죽기 살기로 믿으라 하시나, 나도 예수에 대해 알 만큼 안다’ 하는 오만한 생각도 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진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의 인격과 품성을 닮는 것이 교회 키우는 것보다 중요하다’던 그분 말씀이 말입니다.”
그 신앙과 철학에 따라 ‘예수님을 닮으려는 참 제자’를 키우겠다는 것이 예수영성대학의 목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맥 쌓고 해외 탐방 가는 게 주 목적인, 돈벌이를 위한 과정으로 오해될 소지는 여전히 있다. 이 목사는 “인맥에 도움이 될 요소가 전혀 없고, 성지 순례 계획은 있어도 사막 수도원 체험처럼 고생스러운 일정이 대부분일 테고, 한 학기 50명 정원인데 20명은 전액 또는 반액 장학금을 줄 것이라 전혀 돈벌이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수강생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목회 비전과 방향을 컨설팅해 줄 계획은 있다. 강사와 고문 등 예수영성대학에 관계하는 목회 전문가들과 함께할 생각이다. 그러나 ‘단기간 성장법’은 아닐 것이라고 이 목사는 말한다. “전도세미나 100번 가도 영성이 없으면 전도 안 됩니다. 멀리 돌아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본질로 돌아가면 방법은 자연히 따라옵니다.”
2년(4학기) 과정인 예수영성대학은 다음 달 11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교과는 크게 ‘이스라엘 영성’ ‘성서의 영성’ ‘기독교 영성’ ‘목회 영성’ 등 네 갈래로 나뉜다. 당장 오는 3월 시작될 2011년도 1학기에는 최인식 서울신대 교수가 ‘히브리 영성과 예수의 영성’, 지형은 성락교회 목사가 ‘기독교 영성’, 이강학 장신대 강사가 ‘목회 영성’, 유해룡 장신대 교수가 ‘영성훈련 실습’을 담당한다. 또 정규 과목 중 하나인 ‘영성나눔’ 시간은 이 목사를 비롯해 박종순 박종구 소강석 목사 등 30여명의 한국 교회의 대표 목회자들이 맡아 학생들에게 목회 과정에서의 영성 체험 등을 전한다.
이 목사는 예수영성대학을 통해 영성 목회의 모델을 찾고, 체계화해 5∼10년 뒤에는 정식 대학원대학교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또 예루살렘에 분교 설치, 평신도를 위한 예수영성훈련 과정 개설 등의 포부도 갖고 있다. 이 목사는 “첫발을 떼는 이번 과정에 목회의 본질을 고민하고 영성으로 꽉 채워지기를 소망하는 목회자들을 기다린다”고 기대를 표했다(031-709-1934).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