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또 이란, 악연끊자… 아시안컵 8강전서 5번째 맞대결

입력 2011-01-20 21:14

1996년 12월 16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아시안컵 8강에서 이란을 만난 한국은 김도훈, 신태용의 골로 전반을 2-1로 앞선 채 마쳤다. 간신히 조별리그를 통과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36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열망은 높았다. 하지만 후반 6분 아지지의 동점골을 시작으로 악몽이 시작됐다. 알리 다에이가 4골을 연속해서 터뜨리며 한국이 2대 6으로 대패했다. 이란과의 아시안컵 8강 악연의 시작이었다.

이후 아시안컵 8강에서 연속해서 세 번 더 이란과 격돌한 한국의 성적표는 1승 1무 2패로 열세다. 23일 이란과의 8강전에서 승리해야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나아가 A매치 역대 전적(8승 7무 9패)에서도 동률을 이룰 수 있게 된다.

23일 맞대결은 강팀이면서도 오랜 기간 아시안컵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두 팀의 우승을 위한 길목이기도 하다. 한국과 이란은 이번 대회까지 12번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해 최다 본선 진출 기록을 갖고 있지만 우승은 각각 1960년과 1976년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대회까지 이란이 54경기를 치러 33승 10무 11패를 기록해 아시안컵 팀 랭킹 1위에 올라 있고, 한국은 50경기에서 26승 8무 16패를 기록하며 2위를 기록 중이지만 두 팀 모두 30년 이상 우승컵을 가지지 못했다.

사령탑 간의 지략 대결도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조광래 감독은 대표팀 부임 후 유일하게 이란에 1패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9월 치러진 두 번째 평가전에서 한국은 압신 고트비 감독이 지휘하는 이란에 안방에서 0대 1로 패했다. 조광래 감독의 패스 축구가 개인기 위주의 나이지리아는 2대 1로 꺾었지만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압박하는 이란전에는 효과를 발하지 못했다. 특히 고트비 감독이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 대표팀과 수원 삼성에서 전력분석관 및 코치 생활을 해 한국 축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점도 두 감독의 머리싸움을 흥미롭게 하는 요소다.

이 밖에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8번째 센추리클럽(A매치 출전 100경기) 가입과 아시안컵 첫 골이라는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2000년 4월 라오스와 치른 아시안컵 예선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박지성은 인도와의 조별 예선까지 98경기의 A매치를 소화했다.

대회 참가 전 은퇴 의사를 밝힌 박지성으로서는 99번째 A매치인 이란전을 이겨야 센추리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아울러 아시안컵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하고서도 유독 아시안컵에서 골 맛을 보지 못한 징크스를 깰 수 있는지도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