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세기 만에 伸寃된 죽산 조봉암
입력 2011-01-20 17:38
헌정 사상 첫 ‘사법살인’ 희생자로 꼽힌 죽산(竹山) 조봉암(1898∼1959)의 명예 회복이 반세기 만에 이뤄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간첩으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진보당 당수 죽산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이승만 정권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저지른 정치탄압으로 2007년 결론내린 데 이어 대법원이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10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만시지탄이다. 억울하게 숨진 죽산의 한(恨)이 풀리고 그 유족의 눈물과 고통이 어루만져지길 바랄 뿐이다.
한국 현대사에는 부끄러운 과거가 많다. 죽산 사건은 대표적 사례다. 1948년 건국 후 초대 농림부 장관 등을 지내고 진보당을 창당한 죽산은 58년 간첩죄로 구속된다. 1심에선 징역 5년이 선고됐으나 2·3심을 거쳐 사형이 확정됐고, 59년 7월 재심 청구가 기각돼 사형이 집행된다. 앞서 56년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의외로 선전한 죽산은 당시 이승만 정권의 눈엣가시였다. 그러니 국가권력이 총동원돼 사건을 조작한 뒤 최대 정적을 제거한 것이다. 불행한 역사의 아픔이다.
대법원이 비뚤어진 역사를 사법적 차원에서 바로잡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다. 판결문상 간단한 문구를 통해 과거의 잘못된 판결도 뒤늦게 인정했다. 그러나 별도의 공식 사과는 하지 않았다. 잘못을 솔직히 고백하는 용기가 부족한 탓이다. 사법부는 인권보장의 최후 보루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 사법 정의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그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런 만큼 사법부 차원의 과거사 청산 작업은 멈춰선 안 될 일이다. 61년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사건, 75년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 등 ‘사법살인’ 희생자들이 그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나 지난달 대법원이 유신시대 악법인 대통령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것도 그 일환으로 본다. 고문조작, 인권유린, 의문사 등 얼룩지고 뒤틀린 과거사의 그늘을 벗겨내야 한다. 진실 규명과 상처 치유야말로 화해와 통합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