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떠오른 중국 그리고, 감춰진 그림자… 中 실체 낱낱이 분석한 책 2권 발간

입력 2011-01-20 17:36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여준 미국의 의전은 최고 수준이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이 공항으로 영접을 나갔고, 버락 오마바 대통령은 국빈만찬에 앞서 비공개 만찬을 따로 열었다. 세계 언론은 이들의 만남이 국제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1979년 덩샤오핑이 미국을 방문한 이후 30여년 만에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눈부신 경제발전을 등에 업고 ‘G2’(주요 2개국)로 부상한 중국을 다른 각도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본 책 ‘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와 ‘류샤오보 중국을 말하다’가 출간됐다. 전자는 미국의 경제전문가가 중국 경제성장의 한계를 통찰한 책이고 후자는 중국의 반체제 인사가 중국의 공산당 독재체제를 신랄하게 꼬집은 것이다.

‘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는 MIT 중국 프로젝트 총책임자이자 미중관계전국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에드워드 S 스타인펠드 MIT 정치학과 교수가 쓴 책이다. 에드워드 교수는 중국 국영기업의 자문위원 등을 거치며 얻은 경험을 토대로 중국의 경제 약진이 서구가 쥔 경제 패권에 ‘근본적인’ 위협이 될 수 없다고 단정한다. 그는 그 이유로 중국이 이미 서구가 정해놓은 경제 규칙에 따라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오랜 세월동안 ‘국가 현대화’를 꿈꿔온 중국 정치인들이 임시변통의 형식으로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서구의 경제질서에 동참했을 뿐이며, 이는 중국 내부에 대한 서구의 지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국제 질서에 동참한 중국의 행보는 장기 비전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웠다. 최대한 빨리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세계경제에 뛰어든 것이나 다름없었다.”(51쪽)

에드워드 교수는 중국이 국내 경제체제를 외국 기업과 법률기관에 아웃소싱한 점을 거론하며 중국 기업이 엄청난 양의 제품을 조립해 파는 만큼 해당 제품의 핵심 부품이나 기술력을 쥔 서구 선진국들도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어 다양한 통계자료와 경제지표를 제시하며 경제성장에 따른 중국 내부의 불균형이 자칫 중국사회 전체에 큰 위험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의 경제 모델은 기존의 사회계약을 파기해버렸다. 도시 거주민들은 종신 고용에서부터 무료 주택, 의료 서비스까지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 되었지만,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 문제였다.”(74쪽)

그렇다고 세계경제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을 무시하거나 견제만 하는 게 옳은 대응일까. 저자는 세계경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선 미국과 서구 선진국이 중국을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한다고 조언한다. 구계원 옮김.

‘류샤오보 중국을 말하다’는 중국을 대표하는 민주화운동가로 201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류사오보가 1990년대 후반부터 2008년 중국 당국에 체포되기 전까지 20여년에 걸쳐 인터넷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을 엮은 책이다. 책을 펼치면 중국의 일당 독재와 중국인의 패배주의를 비판하는 글이 쏟아진다.

책은 천안문민주화운동 10주년을 맞아 1999년 6월 4일 다롄 노동개조소에서 류사오보가 쓴 장문의 시 ‘시간의 저주 속에서’를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시간의 저주 속에서/그날이 문득 낯설게 느껴진다/십 년 전 오늘/새벽의 피 묻은 옷으로 물들고/태양은 갈기갈기 찢긴 일력(日歷)과 같았다/(중략)죽은 자는 저항하며 고함을 쳤다/땅의 울부짖는 목소리가/쉴 때까지/(중략)50년의 눈부신 영광에는/공산당만 있고/신중국은 없었다.”

5개 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독재 권력과 우매한 인민, 저열한 문화상업주의 등을 겨냥한 지식인의 날 선 비판의식이 가득하다. 1장에서는 공산당 정권의 근간이었던 마오쩌둥부터 후진타오까지, 암울한 중국의 정치상황을 고발한다. 2장에서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중국 문화계에 독설을 날리고, 중국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공자와 그의 사상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사례를 제시한다.

“공자 열풍은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의 일환으로써 성인 숭상을 부활시키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다. 텐안먼(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 공산당은 반자유화를 주장하는 한편 독재정권의 이데올로기를 유지하기 위해 애국주의를 선동하고 있다.”(224쪽)

3장에서는 홍콩, 마카오 반환 이후 이어지는 인권문제와 티베트 문제 등을 다뤘고, 4장에서는 류사오보와 그의 동료들이 주도했던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기록했다. 마지막 장에는 민주화를 바라는 열정을 담은 자작시와 세 번의 수감생활 동안 눈물로 옥바라지를 한 아내 류사에게 바치는 여러 편의 시가 소개돼 있는데, 민주화투사 이전에 작가로서 류사오보의 면모를 엿보게 한다. 김지은 옮김.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