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美·中 정상 “남북대화·6자회담 조속 재개”

입력 2011-01-20 21:36


“대화하라” 남-북한 등떠미는 美·中

미국과 중국의 두 정상은 남한과 북한에 일치된 메시지를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9일(현지시간)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대화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로 입장을 정리했다. 두루뭉술하고 새롭지 않은 외교적 표현이다. 하지만 두 정상이 한반도 해법에 있어 확실한 방향성을 공식 합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두 정상은 남북한에 서로 유연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또 한반도를 보는 시각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고, 최근의 긴장을 우려하며, 비핵화를 위한 9·19 공동성명 이행조치 필요’라고 일치시켰다.

공동성명은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과 미국이 강력히 주장했던 사안이 포함된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다만 ‘북한이 주장하는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해 시각이 다른 중국의 입장을 반영했다. 다소 모호한 상태로 절충한 것이어서 앞으로 이견을 보일 소지가 있다.

두 정상의 대(對)한반도 메시지로 인해 남북관계 진전은 물론, 6자회담 재개가 일단 추진력을 얻게 됐다. 동시에 남북한은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라는 현실적인 압박을 받는 상황에 놓였다. 중국은 북한에, 미국은 한국에 각각 대화 테이블로 다가서라고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이후 미·중이 강력히 대화 드라이브를 걸 경우 남북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재개도 가시권으로 들어올 수 있다. 그동안 대화 공세를 펼쳤던 북한은 이날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제의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화를 위해선 북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남북한의 입장 차이가 여전한데다, 미국과 중국의 속내도 똑같지 않다. 중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6자회담 재개를 향한 징검다리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정상회담 이전과 마찬가지로 서로 책임만 떠넘기는 공방을 되풀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체적으로 두 정상의 한반도 해법은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일환이며, 국내 정치의 연장선상에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나 서태평양 해군력 증강 등 핵심이익이 걸린 양국 간 갈등 현안은 건드리지 않고, 이해가 맞아떨어진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양국 국내적으로 볼 때도 한반도 문제가 가시적인 진전을 보일 경우 각각 외교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상품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미·중의 정상들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핵심 현안으로 논의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앞으로 변화의 흐름을 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그 변화의 폭과 시기는 남한과 북한의 전략적 변화와 노력에 달려 있다. 두 슈퍼파워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한에 숙제를 안겨준 셈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