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아프리카 농지 3분의 2 사라진다”… 세계생태기금, 기후변화 피해 경고
입력 2011-01-19 21:11
지구 온난화에 적극 대처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10년간 농작물 생산이 크게 줄어 심각한 기아문제를 겪을 거라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적도 근처 국가들은 가뭄이 심해져 기아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농작물 가격 20% 인상=비정부기구 ‘세계생태기금’(UEF)은 18일(현지시간) ‘기후변화가 농작물 생산에 미치는 영향과 2020년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2020년엔 전 세계 인구 5명 중 1명이 굶주리겠다”고 경고했다고 AFP 등이 보도했다. 현재 기아인구 비율은 7명당 1명이다.
UEF는 “10년 뒤엔 농작물 가격도 크게 올라 지금보다 평균 20% 더 비싸지겠다”며 “아프리카에서는 2025년까지 경작이 가능한 땅 3분의 2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UEF는 유엔이 2007년 작성한 기온변화 예측과 인구 예측 통계 등을 토대로 예상 농작물 생산량을 산출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당시 지구의 기온이 2020년까지 평균 2.4도 오르겠다고 예상했다. 시뮬레이션에 적용된 2020년의 세계 예상 인구는 78억명이다.
UEF는 “신생아를 기준으로 아프리카는 2명 중 1명, 아시아는 4명 중 1명, 라틴아메리카는 7명 중 1명이 영양결핍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농작물 생산 감소는 쇠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 생산에 영향을 미쳐 식품가격 전체를 상승시킬 수 있다.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35%가 가축 먹이에 쓰이는 실정이다. 앞으로는 감자 고구마 콩 등 생산이 비교적 안정적인 농작물의 소비가 늘 것으로 예측됐다.
◇농작물 생산도 양극화=UEF 보고서는 10년 뒤 아프리카 가난한 나라에서 농작물 생산이 더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가뭄이 더 심해져 곡물 생산에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북위 49도 이상의 국가는 오히려 생산이 증가할 수 있다.
UEF는 아프리카에서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내다봤다. 아프리카 몇몇 지역은 10년 뒤 옥수수 재배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도 현재 세계 2위의 쌀과 밀 생산량이 30%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도 곡물 생산량이 2.5∼5.0%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중국, 북유럽 국가들은 농작물 생산량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추운 날씨 탓에 경작을 못했던 곳에서 곡물을 키울 수 있게 돼서다.
에티오피아처럼 아프리카에 위치하지만 커피를 재배하는 국가는 생산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커피는 강우량만 적절하면 높은 기온이 생산에 도움이 된다.
UEF 보고서를 작성한 릴리아나 히사스는 “농산물 가격이 최고조에 이르는 30년 뒤엔 농작물 생산국이 수출을 금지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