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생필품 10개 중 6개 가격 상승… 김중수 “인플레, 상당히 어려운 상황”
입력 2011-01-19 18:43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현 물가수준에 대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물가 불안에 대한 톤이 이례적으로 높다. 실제 연초 생필품 10개 가운데 6개의 가격이 올라 정부의 강도 높은 물가대책이 무색해졌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무게를 성장에서 물가에 둘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리인상이나 원화절상 용인 등 근본적인 대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총재는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금융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중앙은행 입장에서 (성장보다) 더 큰 관심은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며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원유 등 공급 측면의 문제와 ‘GDP 갭(명목 국내총생산과 잠재 국내총생산의 격차)’ 플러스 전환에 따른 수요 측면의 압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이날 배포한 강연문에서 “물가안정 기반 위에 적정 성장률을 유지함으로써 서민의 생활안정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면서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겠다’는 올해 신년사와 비교할 때 물가와 성장의 선후관계가 바뀐 것이다. 결국 물가안정을 경제성장보다 우선시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김 총재는 이어 “성장의 지속성을 담보하려면 거시경제의 안정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제시했다.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는 해석을 뒷받침한 것이다.
김 총재의 물가 우려를 반영하듯 최근 각종 생필품 값은 계속 치솟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소비자원 T-Gate(가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1월 첫째 주(1월 7일 기준)에 수집된 생필품 79개 품목 가운데 48개 품목(60.8%) 가격이 전주보다 올랐다. 일반 린스가 9.15% 상승해 인상률이 가장 높았으며 세면용 비누(8.74%) 커피믹스(5.41%) 세탁 세제(4.88%) 순이었다.
정부가 직접 나서 물가에 개입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은 이를 무색하게 만든 셈이다. 정부의 업체 팔 비틀기식 대책에 두부와 커피 값 등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다른 품목이 오르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설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 비축 수산물을 수협 바다마트,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서 다음 달 1일까지 시세보다 30∼50% 싸게 공급하기로 했다. 시중에 푸는 비축 물량은 명태 3527t, 갈치 127t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은 한시적인데다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어서 설 이후 물가를 오히려 자극할 수 있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상인 교수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물가를 잡는 방식은 오래 못 가고 유효하지도 않다”며 “원화가치 절상(환율인하)을 용인해 해외 원자재가격 급등세를 잡아야 하고 금리인상도 적절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세욱 김찬희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