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한단계 업그레이드… 삼성전자, 개별회사 넘어 진정한 대한민국 ‘대표주’

입력 2011-01-19 21:12


지난해 12월 14일 코스피지수 2000 돌파 이후 국내 증시에서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삼성전자 주가가 언제 100만원을 돌파하느냐였다. 삼성전자라는 개별회사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주로서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마침내 삼성전자가 19일 장중 100만원 고지를 찍음에 따라 국내 증시의 재평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황제주 등극 원동력은=주당 100만원짜리 주식은 평균 연소득 2600만원, 월 217만원을 버는 우리나라 저소득층(통계청 기준)엔 꿈만 같은 황제주다. 역설적이게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100만원은 ‘마(摩)의 벽’이었다. 2000년 6월 솔로몬투자증권의 임홍빈 리서치센터장이 처음으로 100만원대 전망치를 내놨을 때만해도 삼성전자 주가는 20만원대에 머물렀다. 이때부터 100만원 고지에 오르는 데 무려 10년 이상 걸린 셈이다. 이날 100만원 정상 바로 밑에서 사자와 팔자 세력 간 치열한 공방을 벌이다 99만7000원에 마감한 것도 삼성전자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심리적·역사적 저항선이 얼마나 강한지를 엿볼 수 있다.

그동안 SK텔레콤을 시작으로 롯데제과, 태광산업 등 다른 주식들은 쉽게 오른 고지를 삼성전자는 왜 그토록 오랜 등정 시간이 걸린 걸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주식이 실적에 비해 저평가돼 왔다고 입을 모은다. 가깝게는 아이폰 돌풍을 몰고 온 미국 애플사에 뒤쳐진 기술력도 삼성전자의 주가를 머뭇거리게 하는 데 한몫하기도 했다.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영업실적에 주가가 90만원대 중반에서 92만원대로 추락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이날 이런 부진을 씻고 100만원을 달성한 것은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과감한 투자와 성공에 대한 확신이 원동력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판매전략 성공은 이를 증명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치고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 병가 소식이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했다.

◇목표 주가 평균 120만원=100만원 고지 등정은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와 경쟁력,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서의 입지 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의 지평이 달라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 삼성전자가 한국 증시의 명실상부한 대표주로 등극했음을 말해준다. 코스피 상장 주식의 12.5%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코스피지수 견인은 물론 다른 저평가 우량주식들의 길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주식을 사들인 상위 5개 증권사 가운데 모건스탠리, ABN암로, UBS, 메릴린치 등 4곳이 삼성전자 주식을 쓸어 담는 동시에 LG전자 등 다른 IT주식을 대거 매수하면서 코스피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린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날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 목표치 상향에 분주했다. 상반기까지 평균 120만원, 최고 140만원까지 내다봤다. 그간 수익을 반도체에 의존하던 시기에는 경기나 가격 변동에 따라 삼성의 이익도 큰 진폭을 보였다. 그러나 스마트기기 시대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데다 바닥인 반도체 업황이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상반기까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임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스마트폰 출시를 계기로 외국에서 삼성전자를 보는 시각이 한 차원 달라지고 있다”며 “단순한 강자가 아니라 애플, 구글, 소니 등과 어깨를 견주는 명실상부한 IT 기업으로 재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부품과 제품 분야에서 1위였다면 이제는 콘텐츠까지 아우르면서 저평가됐던 부분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훈 백민정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