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올것 없다”…최장 9일 설 황금연휴 주부들 구제역 통제에 ‘속웃음’

입력 2011-01-19 16:35


올 설 연휴를 앞두고 직장인과 며느리들이 은근히 기뻐하고 있다. 구제역 여파로 귀성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성형외과 등은 ‘특수 기대’로 잔득 부풀어 있다. 법정휴일은 다음달 2일부터 6일까지지만 휴가를 이틀 사용하면 9일까지 쉴 수 있다. 해외로 떠나는 항공권은 이미 구하기 어려워졌고, 강남 일대 성형외과도 예약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벌써 ‘티켓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직장인 김혜성(25·여)씨는 19일 “이번 연휴가 길어 그동안 벼르던 일본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티켓이 없어 계획이 무산됐다”고 아쉬워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다음달 1∼4일 해외 패키지여행 예약자가 3만4000여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에 비해 129% 증가했다. 연휴가 길다 보니 가까운 동남아나 일본 등 아시아권을 벗어나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설 연휴 패키지여행 예약자가 예년 대비 3배 수준으로 급증했고 유럽으로 떠나는 여행객은 6배나 증가했다”며 “동남아나 일본뿐 아니라 전 지역 항공권이 이미 모두 동이 났다”고 말했다.

연휴는 길지만 구제역 때문에 고향에 갈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시댁에 가지 않아도 되는 며느리들은 내심 반기는 눈치다. 대신 서울 시내 호텔 숙박과 식사를 이용할 수 있는 ‘호텔패키지’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 목동에 사는 주부 김모(38)씨는 “이번 설 연휴는 서울 시내 호텔에서 편안히 쉬려고 한다”며 “초등학생 자녀 둘과 부부가 이용하기 좋은 호텔패키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연휴 기간에 ‘쁘띠 성형’을 하려는 여성들로 강남 일대 성형외과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쁘띠 성형은 기존 성형수술과 달리 시술이 간단하고 회복기간이 짧다. 허벅지나 복부에서 지방을 빼내 볼륨감이 필요한 부위에 주입하는 ‘자가지방이식’을 이용한 성형이 가장 인기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레알성형외과 김수신 원장은 “자신의 지방을 양 볼에 주입해 통통하고 탄력 있는 얼굴을 만들고 팔자주름을 펼 수 있다”며 “주사요법으로 3∼5분이면 시술이 끝나기 때문에 바쁜 직장인 여성들이 선호해 설 연휴 예약이 꽉 차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영화관도 매출 신장 기대감에 들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예년 설 연휴에 비해 30% 정도 매출 증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설 연휴 기간 백화점을 찾는 고객을 위한 이벤트나 문화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설 연휴가 3일이었던 지난해는 그 전 주보다 관객이 65% 늘었는데 이번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면허학원과 입시학원도 ‘설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의 한 운전면허학원에서는 ‘설 특집 운전면허 기능 끝내기’ 코스를 마련했다. 직장인 김성원(33·여)씨는 “직장 생활이 바빠 그간 운전면허학원을 다닐 시간이 없었다”며 “설 연휴가 길어 휴가를 따로 내지 않고도 면허를 딸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임세정 전웅빈 김수현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