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백악관 “中 밀어붙일 것”… 하원의장 “국빈만찬 불참”
입력 2011-01-19 18:25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맞은 워싱턴의 기류는 미묘하다. 최고의 환대를 하면서도 의도적인 평가절하나 견제 움직임을 드러낸다.
후 주석이 도착한 18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주변의 라파예트 광장과 이곳부터 의사당까지 이어지는 펜실베이니아가(街)는 성조기와 오성홍기가 나부꼈다. 대부분의 TV 방송들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하는 후 주석의 모습을 생방송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의 직접 영접은 흔치 않은 경우다. 이날 저녁 2명씩만 배석시킨 양국 정상의 백악관 비공식 만찬도 후 주석을 최고 예우로 대접하는 미국 측의 배려가 엿보인다. 워싱턴의 관심은 온통 중국에 모아진 듯한 분위기다.
그런데 다른 흐름이 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19일 예정된 후 주석을 위한 국빈 만찬에 불참키로 했다. 또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국빈 만찬은 양국 주요 인사 수백명이 참석하는 가장 중요한 공식 행사 가운데 하나다.
베이너 의장 측은 20일 후 주석이 상·하원 지도부를 만나는 공식 행사가 있어 불참한다고 밝혔다. 두 원내대표 측은 “여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원 지도자들의 참석 거부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인권 문제, 무역 불균형에 대한 불만 등 미 의회가 그동안 중국에 요구해 온 현안에 대해 막바지 기싸움을 한다는 정치적 해석이 나온다.
백악관 내부에서도 같은 분위기는 감지된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위안화 환율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조치들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경제든, 안보든, 인권 문제든 중국에 좀더 잘하라고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현안에 대한 압박이다.
일부 상·하원 의원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에게 쇠고기 수입 개방이나 무역 불공정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중국을 겨냥해 환율조작국에 높은 수입관세를 매기는 법안을 다시 제출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재계도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라고 중국에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 주요 언론들도 견제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후 주석의 중국 내 권력 위상을 다소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등 후 주석을 ‘깎아내리는’ 듯한 분위기다.
워싱턴의 이런 상반된 기류는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복잡한 심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중국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의 급격한 부상에 대한 경계감, 자신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중국에 대한 불쾌감이 혼재돼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