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오바마가족식당서 오붓한 만찬… 대화 ‘오프더레코드’
입력 2011-01-20 01:30
미국은 역대 최고 의전으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했다. 워싱턴 중심부는 오성홍기(五星紅旗)로 붉은 물결을 이뤘다. 과거에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국빈 맞이다.
◇정상회담 전 공식 환영 행사=후 주석은 19일 오전 9시7분(이하 현지시간) 정상회담을 위해 백악관에 도착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는 후 주석이 도착하기 2분쯤 전 백악관 남쪽 현관 앞에 나와 후 주석을 기다렸다.
후 주석은 검은색 승용차에서 내린 뒤 먼저 미셸 여사와 인사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과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오바마 대통령 안내에 따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미국 측 주요 인사와 차례로 악수했다.
두 정상이 남쪽 현관 앞에 마련된 연단에 나란히 서자 양국 국가가 연주됐다. CNN 방송은 “2006년 정상회담 때와 달리 국가 연주 때 실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주색 넥타이를 맸고, 후 주석은 검정 코트 안에 회색 스웨터를 입어 넥타이가 보이지 않았다. 여성과 어린이 등 일반 시민도 행사에 참석해 후 주석을 환영했다.
◇후 주석에 미국 최고의 영접=‘최고의 예우’는 전날인 18일 오후 4시 후 주석이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할 때부터 시작됐다.
후 주석을 영접한 이는 조 바이든 부통령이었다. 후 주석은 바이든 부통령의 안내로 레드카펫 위를 걸어 나와 미군 군악대가 양국 국가를 차례로 연주하는 동안 기립 자세로 예를 취했다.
후 주석은 저녁 6시30분쯤 백악관을 찾아 오바마 대통령이 초청한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은 1800년대부터 미국 대통령 가족이 식사해온 백악관 관저 내 ‘올드 패밀리 다이닝 룸’에서 이뤄졌다.
만찬엔 미국 측에서 클린턴 국무장관, 톰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이 배석하고, 중국도 후 주석 외에 2명만 참석했다. 만찬 회담록과 대화 브리핑 자체는 없었다. 다만 환율과 북핵 문제에 대한 서로의 의중을 타진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후 주석은 만찬에 앞서 “중국과 미국 관계 발전에 새 장을 열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19일 보도했다. 2006년 방미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퍼스트레이디 류융칭(劉永淸) 여사가 동행하지 않았다.
◇인권 시위 속 기대감=오성홍기가 나부끼는 백악관 근처 라파예트 광장과 인도에선 중국과 티베트, 위구르족 인권 활동가 수백명이 몰려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에 항의하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오바마 대통령은) 후진타오를 꾸짖으라”고 요구했다. 다른 쪽에서는 “후진타오는 실패한 지도자”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중국 매체들은 19일 후 주석에 대한 미국의 성대한 의전이 이뤄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997년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방문 이후 14년 만에 국빈으로 미국을 찾은 후 주석은 공항 도착 직후 서면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후 주석은 “중국은 미국과 서로 존중하고 호혜공영을 기초로 양국 관계를 적극 발전시키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