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시대 열리다-② 차이메리카 주역들] ‘미국통’ 왕치산·다이빙궈 투톱… 캠벨 ‘실세’ 굳힐 듯
입력 2011-01-19 21:44
차이메리카(China+America) 시대 국제사회의 미래는 미국과 중국의 주요 지도자들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어떤 정책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미·중 관계는 물론 국제사회가 요동칠 수 있다. 양국의 외교정책 시스템 및 미래전략은 물론 이들 지도자의 개인적 성향에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이유다.
◇중국은 ‘협력’과 ‘견제’에 방점=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현 중국 4세대 지도부는 우선 미국과의 협력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2년 임기 종료를 고려한 측면도 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신화통신 등 관영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우호 분위기를 띄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지난 18일 ‘후 주석의 업적 남기기’를 위해 중국이 최근 눈에 띄게 미국에 화해의 손짓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대(對)미 관계 최일선엔 후 주석을 지근거리에서 수행 중인 왕치산(王岐山) 부총리와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이 있다. 경제정책 실무책임자 왕 부총리와 외교사령탑인 다이 국무위원은 미국과 전략경제대화에서 중국 측 대표를 맡을 정도로 미국통(通)이다. 이들은 미국과 철저한 협력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환율, 영토 등 핵심이익 분야에서 최대한 양보를 이끌어 낸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차기 권력을 넘겨받는 시진핑(習近平) 부주석 등 5세대 지도부도 일단은 대미 협력관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시 부주석이 포용적인 성향인 데다 권력이양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중국해 등 핵심이익, 환율문제와 무역불균형 등에선 현 지도부보다 미국에 더 강한 목소리를 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중국 내 군부의 입김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5세대에 중용이 예상되는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서기 등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상무부장 시절 대미 무역관계를 총괄했던 보 서기는 미국에 ‘할 말은 하는’ 성격이다.
◇미국은 시스템 외교=미국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교가 시스템적으로 움직인다. 기용되는 인물에 따라 외교 노선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미 국무부에는 힐러리 클린턴 장관을 정점으로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있다. 백악관에선 제프리 베이더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등이 중국 현안을 다루는 핵심 인사들이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이나 베이더 선임보좌관, 캠벨 차관보 등은 미국 행정부 안의 아시아 전문가들이다.
스타인버그는 중국 등 아시아 정책을 사실상 총괄지휘하고 있다. 캠벨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중국을 오가면서 의제를 사전 조율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그는 스타인버그가 올 상반기 중 물러날 경우 그 후임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 중 한 명이다.
중국과의 경제 관련 현안에 대해선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역할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위안화 환율 절상 문제 등에서 중국을 직접적·공세적으로 상대하고 있다.
일리아나 로스 레티넌 하원 외교위원장은 대중 강경파이다. 유일한 여성 상임위원장이고 쿠바난민 출신이어서 공산주의 체제를 강력히 반대한다. 본인은 물론 보좌관들도 중국에 못 가게 할 정도이다. 그가 외교위원장을 맡은 올해부터 의회는 이전보다 중국 문제에 경직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재선을 위해 위안화 정책과 대중 무역불균형 등의 문제에서 강경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