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이젠 변해야 한다] (상) 취약한 재정구조

입력 2011-01-19 18:19


한기총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냉정하다 못해 냉소적이다. 내부 목소리 또한 곱지 못하다. 66개 교단과 19개 단체를 포함하는 국내 최대 연합기관에 대한 평가치고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본보는 20일 새로운 지도부를 맞이하는 한기총이 내부적 안정을 다지고 이 시대를 선도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3회에 걸쳐 알아보았다.

한기총은 건실한 연합기관이 되기 위해선 우선 취약한 재정 구조부터 극복해야 한다. 본보가 실시한 2011년 한기총 임원·실행위원 174명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0.3%는 재정의 건전성을 들었다. 한국 교회 최대 연합기관에 걸맞은 재정구조를 갖추지 못해 해마다 대표회장 소속 교회와 개인의 모금 능력, 주요 대형교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2010년 한기총 본부결산서’에 따르면 가입 교단 및 단체 회비는 본부 총예산(17억5082만원)의 34.9%인 6억1090만원에 불과했다. 2009년 교단 및 단체 회비가 44.1%를 달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낮아졌다. 재정 형편이 나아져 회비 의존도가 낮아진 거라면 좋은 일이지만 결산 보고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심각하다. 발전기금 2억5000만원을 전입해 경상비로 써야 했던 것이다. 발전기금 항목은 이른바 ‘대표회장 후보의 발전기금’(선거공탁금) 중 선거 관련 경비 지출을 제외하고 그동안 모아온 것이다. 지난해 12월 2명의 후보(길자연, 김동권 목사)가 낸 1억원과 전년도 이월금 3억3756만원 등을 합쳐 4억3758만원이 있었다. 그중 12월 선거 경비 7606만원을 제하면 3억6152만원이 남아야 한다. 그러나 본부 전출금으로 2억5000만원을 지출했기 때문에 현재 1억1151만원이 남아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책정됐던 개인 회비조차 완납하지 못한 인사가 많다. 지난해 3월 대형교회에 의존적인 재정구조를 바꾼다는 명목으로 정관 9장에 명시됐던 임원들의 회비 납부 규정을 들어 대표회장 1000만원, 공동회장 300만원, 부회장(서기·회계 포함) 200만원, 상임위원장(부서기·부회계 포함) 100만원 등 별도 회비 1억9200만원을 책정했다. 이는 한기총 본부 예산의 10.1%에 해당됐다. 하지만 임원 및 상임위원장 88명 중 45명만이 회비를 완납했다. 책정된 회비의 47.7%, 9150만원만이 걷힌 것이다.

이에 대해 한기총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한 인사는 “강제 규정이 없다 등 여러 변명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연합 정신에 맞지 않는다”면서 “의무는 소홀히 하면서 힘있는 자리를 맡으면 누가 따르려 하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인사는 “이번 회기에는 그냥 넘어간다 해도 20일부터 시작되는 다음 회기에서 회비 납부 등 임원 본연의 임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인사에게는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명예와 권리만 있고 책임과 의무가 없다면 한기총 구성원들에게조차 존경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기총의 차기 지도부는 “교단 및 단체들의 협의체라는 한기총 창립 정신을 잊지 말고 행사는 검소하게 치르고, 회원들의 중지를 하나로 모으는 데 성공하면 한국 교회의 저력으로 볼 때 안정적 재정 구조를 만드는 게 결코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 인사의 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