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권행보 맞서… 친이계, 개헌명분 勢 규합?
입력 2011-01-19 21:34
한나라당 친이명박계가 이재오 특임장관을 중심으로 다시 뭉치고 있다. 명분은 개헌 논의다. 18대에서 논의하자고 17대 국회에서 여야 6당이 합의한 만큼 이제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친이계 움직임을 지난 연말부터 사실상 대권 행보에 나선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서 세력을 규합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개헌 논의가 ‘세종시 공방’ 때와 같은 당내 계파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8일 저녁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친이계 대규모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참석한 의원 대부분이 모임 사실을 부인하는 등 극도로 보안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개헌 논의를 이제 당 차원에서 정식으로 해봐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이 장관 발언을 듣는 40여명 의원들의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며 “개헌 논의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방법은 뭐가 있을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박 전 대표를 개헌 논의에 반드시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가 이미 4년 중임제 개헌에 찬성한 적이 있는데다 세종시 논란 당시 ‘한번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고 했던 만큼 개헌 논의에 참여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해도 명분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논리다. 다른 친이계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0∼70%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하고, 국회의원도 80% 이상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며 “국회 차원의 특위를 통해 공론의 장이 마련되면 개헌론이 힘이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친이계는 오는 25일 예정된 의원총회를 통해 당내 개헌추진기구 및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요구하며 본격적으로 개헌 드라이브를 건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의총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친박계는 이 장관 등이 주도하는 개헌 추진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정두언 최고위원 등 개혁 소장파 그룹이 ‘물 건너간 얘기’라며 회의적이어서 개헌 논의가 힘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이번 모임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 장관이 몸집을 불리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장관은 “내가 (모임을) 주도한 게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측근은 “이명박 대통령도 이미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를 촉구했다”며 “특임장관이 개헌 논의를 추진하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장희 노용택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