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민 감사칼럼(24)-놓아버리는 지혜에 대한 감사

입력 2011-01-19 19:02


[미션라이프] 인생은 ‘붙잡음’과 ‘놓아버림’의 연속이다. 붙잡는 것도 지혜지만 놓아버리는 것도 지혜이다. 우리는 소중한 것을 붙잡았을 때 감사한다. 기회를 붙잡고, 사람을 붙잡고, 돈을 붙잡고, 땅을 붙잡고, 명예를 붙잡고, 권력을 붙잡았을 때, 그것을 축복이라 여긴다. 그런데 우리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붙잡았던 것에 의해 붙잡힌 때가 많다. 우리가 그토록 붙잡고 좋아했던 것들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슬퍼하게 되는지 모른다. 우리를 자유케 할 줄 알고 붙잡았던 것이 우리를 종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힘들게 분투해서 붙잡은 것인데 그것이 우리를 그토록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원숭이를 잡는 사람들은 원숭이를 붙잡기 위해 아주 간단한 방법을 쓴다. 망태 안에 사과를 담아두고 끈을 매달아 놓는다. 원숭이가 사과를 붙잡기 위해 망태에 손을 집어넣은 후에 손을 빼려고 하면 손이 빠지지 않는다. 사과를 붙잡은 손이 빠져 나오지 못할 정도의 구멍을 뚫어 놓았기 때문이다. 원숭이가 붙잡았던 사과를 놓으면 망태에서 손이 빠져나와 자유케 될 수 있는데, 그것을 붙잡고 있느라 결국 사로잡히고 만다. 붙잡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놓아버리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놓아버리기’를 배운 사람이다.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놓아버리는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영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것을 끊임없이 놓아버려야 한다. 그래야 새롭게 될 수 있다. 더욱 성숙해 질 수 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처음 만났을 때 원하셨던 것은 그가 붙잡았던 이전 것을 놓아버리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그에게 새로운 땅을 향해 가라고 명하셨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지시하는 새로운 땅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갈대아 우르를 놓아버려야 했다. 그가 믿음의 조상이 되기 위해서는 우상숭배자라는 이전의 자아를 놓아버려야 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그의 자손으로 큰 민족을 이루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약속을 속히 이루어 주지 않으셨다. 그때마다 아브라함은 대체물을 붙잡았다. 처음에는 조카 롯을 붙잡았다. 그러나 조카 롯이 떠났을 때 그가 다시 붙잡은 것은 충성된 그의 종 엘리에셀이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엘리에셀이 그의 후사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 후에 그가 붙잡았던 것은 하갈을 통해 낳은 아들 이스마엘이었다. 하나님은 결국 이스마엘까지 놓아버리도록 명하셨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으로 붙잡게 된 것은 이삭이었다.

아브라함이 그동안 붙잡았던 것들을 놓아버리고 이삭을 붙잡을 때, 하나님은 그에게 이삭마저도 놓아버리라고 명하셨다. 그것은 아브라함에게 가장 혹독한 시험이었다. 아브라함은 그 혹독한 시험을 잘 이겨냈다. 그는 모리아 산에서 이삭을 번제로 드리기로 작정하고, 두 손을 펴서 그를 놓아버렸던 것이다. 그때 아브라함은 수양을 만나게 된다. 그날 이후로 아브라함은 자유자가 된다. 하나님은 그의 빈손에 다시 이삭을 돌려주신다. 그렇지만 아브라함은 더 이상 이삭에게 매달리지 않는다. 그가 이삭을 놓아버리던 날, 그는 하나님과 하나가 되었다. 하나님과 벗이 되었다.

‘놓아버림’은 체념이 아니다. ‘놓아버림’은 하나님과 하나가 되고 싶은 갈망이다. 우리는 죽음의 순간에 모든 것을 놓아야 한다. 죽음의 순간까지도 움켜쥐고 놓치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어차피 붙잡을 수 없는 것을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우리는 죽을 때 가진 것을 남김없이 다 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날이 오기 전에 미리 연습해야 한다.

우리는 재산, 건강, 관계, 성, 권력, 마지막으로 이기적인 자아까지 놓아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우리가 집착하는 것을 놓아버릴 때 우리는 하나님의 품안에서 안식할 수 있다. 외적인 것들을 놓아버릴 때 우리는 내적인 가치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물질적인 부요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하나님이 예비하신 내적인 풍요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놓아버릴 수 있다는 것은 지혜요, 은혜이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놓아버리라. 붙잡아서는 안 될 것들을 놓아버리라. 그것이 진정한 자유에 이르는 길이요, 더 참된 자아를 만나는 길이다. 우리는 젊은 날부터 놓아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야 노년의 때에 자유롭게 된다. 그래서 나는 매일 ‘놓아버리기’를 연습한다. 그렇지만 인간이기에 놓아버리는 것이 참으로 힘이 든다.

강준민(LA 새생명비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