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 비전과 타당성을 함께 주장하라

입력 2011-01-19 21:48

민주당 일부 중진 의원들이 당 지도부가 내년 총선·대선을 겨냥해 제기하고 있는 무상복지 시리즈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데 이어 해당 정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모임을 구성할 모양이다. 일견 당내 분란처럼 비칠 수 있지만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겠다는 이들의 행보를 폄하할 수는 없겠다.

수권 정당임을 자임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 더구나 민주 정당을 지향하고 있는 제1 야당으로서 정책에 대한 내부 검증은 시의적절하다. 무상복지 시리즈에 대해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당 외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정책의 내실을 기한다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지난 연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국가’를 제기하면서 복지 이슈는 우리 사회의 중심 의제로 떠올랐다. 복지가 국민의 삶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무상복지 시리즈를 제기한 것이나 한나라당이 질세라 복지 논의에 뛰어든 것도 이런 정황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의 관심사인 복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복지의 당위성과 비전 제시가 크게 제기될 뿐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특정 복지 비전에 대한 찬반 양론식 논평과, 복지엔 비용이 따른다는 원칙론만 난무할 뿐 구체적 논의는 빠져 있는 듯 보인다.

예컨대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국가는 비전만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거론되지 않았으며,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는 재원조달 문제가 불분명하고 내놓은 소요재원 분석도 지나치게 자의적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렇다 할 비전 제시도 없이 민주당 주장에 대해 포퓰리즘, 세금폭탄 등의 비판만 앞세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현 단계 복지 수준에 대한 점검을 통해 최상의 해법을 도출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복지 논의는 각 정당이 복지 비전과 실행 가능성을 한 세트로 국민 앞에 제시하고 국민과 상대 당을 설득하는 정도는 돼야 하는 게 아닐까. 의제 선점 운운하는 식으로 복지를 거론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