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출판부 ‘여성과 목회상담’ 출간… 우울증·성폭력 재해석 새로운 치유방법 모색

입력 2011-01-19 17:40


한국 여성의 관점에서 쓰인 최초의 여성 목회상담학 연구서 ‘여성과 목회상담’(이화여대출판부)이 최근 출간됐다. 여성 목회상담에 관한 주요 이론과 논의점을 고찰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한국 상황에 맞는 상담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여성 목회상담의 임상적 논의뿐 아니라 신학, 심층심리학, 여성학 등 학문과의 연계를 통해 이론적 논의까지 폭넓게 다뤄 여성 목회상담학 연구에 깊이를 더했기 때문이다. 저자인 정희성 이화여대 교수는 그동안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남성 중심적 시각으로 파악해 왔던 여성의 우울증과 히스테리, 성폭력 및 이혼 등 문제를 객관적인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고, 성서를 비롯한 신학적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치유방법을 모색한다. 예를 들어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의 경우 전통적으로 교회가 남성 가해자의 편에서 이해하고 여성 피해자에 대해 침묵해 온 사실을 비판하고, 성서 속에 나오는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치유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실험적으로 시도했다.

이와 더불어 서구 목회신학의 관점으로는 관찰할 수 없었던 다양한 한국의 종교와 문화에 주목해 일본군 위안부의 시각에서 바라본 하나님 이미지에 대한 연구도 새롭게 시도했다. 연구를 통해 저자는 여성을 주변이나 피해자로 보았던 이전의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자기 치유를 주도하는 주체적인 존재임을 강조한다.

특히 성서 속 성폭력 피해자인 ‘다말의 이야기’를 재해석한 글과 일본군 위안부의 종교 경험에 관한 인터뷰를 부록으로 실어 기독교를 통한 치유와 자기초월의 문제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와 상담가들이 참고할 만하다. 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한 할머니와의 인터뷰는 위안부들이 겪는 고통을 주로 다룬 기존의 자료와 달리 종교를 통한 자기극복의 경험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소중한 구술자료로 평가된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