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가자! 10연승으로…

입력 2011-01-19 17:36


올해 첫 세계대회는 여류세계국가대항전인 정관장배였다.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1차전이 진행됐다. 한·중·일 3국의 대표 여류기사 5명씩 출전해 연승전으로 진행되는 정관장배는 아시안게임을 마친 직후라 그런지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정관장배는 연승전의 단체전이라 실력도 실력이지만 순번과 기세가 중요하다. 그만큼 첫 주자는 상당한 부담감을 안게 된다. 7판이 연이어 펼쳐지는 1차전의 첫 번째 한국 주자는 문도원 2단이었다. 1991년생으로 2008년 입단해 바둑 팬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이번 대표팀에 광저우아시안게임 선수였던 기사는 이민진 5단 한 명밖에 없다. 그만큼 여류기사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 되었다는 증거다.

개막전 상대는 일본의 아오키 기쿠요 8단이었다. 차분한 흐름으로 진행된 바둑은 비교적 쉽게 끝이 났다. 출발이 좋았다. 다음 상대는 중국의 루지아 2단. 아무래도 일본선수보다는 중국선수가 껄끄럽다. 초반 흐름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문도원 2단은 흔들림 없이 침착한 기풍으로 상대를 추격하며 반면 25집 차로 승리를 거두며 2연승을 기록했다.

문도원 2단은 자신의 몫을 다했다. 하지만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세 번째 상대는 일본의 지넨 가오리 4단. 일본대표들은 모두 국내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 연륜이 있는 기사들이다. 쉬운 상대로 만만히 볼 수 없다. 이 바둑도 초반 흐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기세를 타는 기사들은 어느 순간 지는 법을 잊어버린다.

지난 정관장배는 한국의 박지은 9단이 마지막 주자로 4연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고, ‘정관장배의 여신’이라고 불리는 이민진 5단은 5연승을 거두기도 했다. 문도원 2단은 지넨 4단도 꺾었고, 다음 상대인 중국의 리허 3단과 일본의 무카이 치아키 4단마저 제압하며 가뿐히 5연승을 이어갔다.

문 2단은 한 판 한 판 승리를 더해가면서 새로운 별명도 얻었다. 개그맨 유재석을 닮아 ‘문뚜기’라 불렸는데, 이제는 ‘역전의 여왕’ ‘천재뚜기’ 등으로 불리며 자신의 모습을 바둑계에 각인시키고 있다. 1차전은 7판이 연달아 펼쳐지기에 체력 소모가 크다. 머리를 쓰는 일은 생각 이상의 체력을 필요로 한다.

이제 중국은 2명, 일본은 1명을 남겨두고 있다. 2차전은 3월 21일부터 한국기원에서 펼쳐진다. 항정우를 평정한 문도원 2단이 나머지 세 판마저 승리해 혼자서 우승을 확정짓는 신기원을 이룩할 수 있을까. 2차전이 기다려진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