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정년퇴임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문제 성경적으로 판단”

입력 2011-01-19 18:02


‘내 40년 학문은 힘이 없지만, 내 60년 삶은 간절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온 삶을 던져 ‘나는 반대한다’고 외치는 것이다.’(김정욱 저 ‘나는 반대한다’ 중에서)

대한민국 환경학 1세대인 김정욱(65)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다음 달 정년퇴임한다. 차분한 인상에 느리지만 완고한 말투, 전형적인 학자 타입. 스스로를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온 삶을 던져 “반대한다”고 외치다보니 운동가 칭호가 붙는다. 온산공단 오염문제로 시작해 시화호, 새만금간척 문제 등 개발 및 환경 정책을 끊임없이 감시했다. 4대강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후학들로부터 존경받는 환경학자일 뿐이다. 그런 김 교수를 지난 14일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만났다. 1970년대식 파이오니어 오디오, 구형 대우전자 에어컨, 낡은 냄비 등 모든 살림이 구식이다. 거실 한가운데 걸린 예수 그림에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났다.

나는 홀가분해요

-은퇴하시려니 서운하시겠어요.

“서운요? 오히려 짐을 벗어버린 것처럼 홀가분해요. 귀찮았다고 해야 할까. 최근 3년간 감사를 받았기 때문이죠. 왜 받았는지 나는 모르죠. 이 정권 들어서고 그래요. 수업시간 30분 늦었다고 학교에서 나를 찾고 난리 났었죠. 외부 강의 다니는 것도 다 보고하라고 하고. 심지어 안식년에도 보고하라고 해요. 나는 그런 거 처음 들어봐요. 나중에 공무원행동강령을 보내주더군요. 일정을 알려야 한다고. 나는 공무원만 그런 줄 알았지 교수도 그래야하는 줄 몰랐어요. 고발도 당했어요. 4대강 반대 강의하고 다녔다고 보수단체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데요. 경찰에 가서 조사 받고 무혐의로 끝났죠.”

-4대강이 정치적 이슈가 되다 보니 반대하면 한쪽으로 모는 경향이 있죠.

“내 자신을 진보다 보수다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나는 보수적인 사람이라 생각해요. 성경에 있는 옳고 그른 데 대해서 단호한 생각을 갖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윤리관이 바로서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요. 사안에서 옳고 그른 걸 따져야지, 무슨 말하면 이건 좌파다 우파다. 그건 아니죠. 작년에 낸 책 제목(‘나는 반대한다’)도 내가 누굴 반대하는 사람도 아닌데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나를 (두고) “반대한다”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름을 받았어요. 크리스천이란 말도 사람들이 놀리는 말을 받아서 크리스천이 됐다지요.”

정직해야죠

-4대강 사업은 왜 반대하세요.

“정직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대운하’에서 ‘하수정비’ 한다고 했다가 ‘강 살리기’로 이름 바꾸고, 운하를 물길이라 얘기해요. 댐을 짓는데 그걸 보(洑)라 그러고요. 총 16개인데 국제대형댐위원회 정의에 의하면 전부 수위 높이가 5m 이상에 300만톤 이상 저류하는 대형댐이에요. 1억톤 이상 저류하는 댐도 있어요. 농지 리모델링도 보세요. 농지에다 돌멩이랑 모래 갖다 놓아서 비 오면 모래 쓸려가고 돌멩이만 남아요. 농사지을 수 없죠. 그건 농지 매립이에요. 강바닥 증수라고 하는데. 생땅을 파고 앉았어요. 심지어는 돌멩이를 깨고 있어요. 굴착이에요. 4대강 살린다는 게 뭐예요. 강바닥 통째로 모든 생물 다 없애는데 그게 살리는 거예요? 게다가 법도 안 지켜요. 환경영향평가, 예비 타당성 조사, 사전환경성 검토도 제대로 안 했어요. 정직하지 못해요. 권세에 복종하는 걸 계명으로 지키면 안돼요. 예수님도 부당한 거 보고는 분노하셨어요.”

-정부의 친환경정책은 어떤가요.

“그게 아쉬운 거예요. 말로는 친환경이라 하고 4대강사업도 건설공사인데 환경공사라 얘기하고. 친환경이라고 말은 하는데 내용 들여다보면 아니고. 청계천 뜯어내는 데는 저도 찬성했죠. 복원이라고 해서 정말 복원하나 했더니 인공 조각품을 만들어 놨어요. 밑바닥엔 콘크리트를 깔았죠. 지난여름에 청계천 일대 물에 잠겼지 않습니까. 물이 안 빠져 가지고 허허. 인왕산 북악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흘러야 복원이죠. 인공품이니 보기엔 예뻐도 관리비가 엄청나죠. 1년 관리비만 80억원, 물 값은 150억원이나 들어요.”

소와 나귀를 같은 멍에에 매지 말라

-구제역에 조류독감 등 가축 전염병이 심각한 수준인데요. 환경학자로서 어떻게 보세요.

“나는 동물 질병에 대해선 모르지만 드는 생각이 동물을 너무 학대한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좁은 공간에 몰아넣어 햇볕, 땅도 한 번 보지 못하고 그렇게 죽어가야 한다는 게 참 불쌍해요. 삼계탕용 닭은 몇 주만 키우고 잡아먹고, 달걀 낳는 닭은 좁은 공간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키우죠. 성경에도 보면 동물학대를 금하는 구절이 있어요. 소와 나귀를 같은 멍에에 매어서 밭을 갈지 말라거나,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를 어미에게서 떼어놓지 말라, 어미와 새끼를 같은 날 죽이지 말라든가. 스트레스에 취약한 환경에서 키우다보니 면역력이 떨어지겠죠. 항생제 먹여 키우고 사료 먹여 키우고. 죽이는 것도 보세요. 면역도 생기기 전에 한꺼번에 다 죽이잖아요. 200만 마리나 되는 동물을 산 채로 파묻는다는 게 얼마나 잔인한 일이에요.”

-최근 물고기 거북이 새 등의 떼죽음도 잇따르는데요. 알 수 없는 현상에 종말론 얘기까지 나와요.

“성경에 보면 그런 것에 관한 이야기가 굉장히 많아요. ‘들짐승과 하늘의 새들, 바다의 물고기마저 죽어간다(호세아 4:3).’ 계시록에 나오는 일곱 천사가 나팔을 부는 대목도 예가 되겠네요. 첫 번째 나팔을 불면 ‘땅의 3분의 1이 타고’라고 나와요. 지금 육지의 3분의 1이 사막 아니면 황무지예요. 둘째 나팔을 불면 바다 피조물의 3분의 1이 죽는다죠. 지금 바다 물고기 70%가 거의 죽었어요. 2050년만 되면 모든 바다어종이 사라질 거라고 그래요. 세 번째는 많은 사람이 그 물을 마시고 죽었데요. 해마다 180만명의 유아가 안전하지 않은 물을 마시고 죽는다고 해요. 네 번째 ‘낮의 3분의 1이 해를 잃고’라고 나와요. 지금 서울은 일조량이 3분의 1 줄었어요. 다섯 번째는 지구온난화현상을 얘기해요. 다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에요.”

예수님 교회가 어디 있나요

-교회 다니시죠?

“네. 방배동 광야교회 다녀요. 한 150명 돼요. 연예인교회(현 예능교회)에서 시작해 몇 교회 다녔죠. 1980년부터 교회 나갔으니까 신앙생활한 지 한 30년 됐네요. 근데 지금 교회에 실망을 많이 합니다. 비리가 얼마나 많아요. 일반 사회에서 생각할 수 없는 비리도 있어요. 지금 예수님이 와보시면 ‘내 교회 아니다’ 그러지 싶어요.”

-한국창조과학회 초기 멤버시고요.

“그랬죠. 초창기엔 아주 활발했어요. 우리끼리 따로 모여서 토론도 하고 공부도 하고 그랬는데. 김영길 한동대 총장을 중심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교수들이 모여 발족했죠. 지금은 예전만큼 활발하게 활동하진 못하고요. 나는 현재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공동대표로 있어요.”

-원래 전공은 토목인데, 환경으로 전공을 바꾸셨어요?

“우리 땐 환경 전공이 따로 없었어요. 1972년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토목대 안에 토목환경과가 있어요. 아 그래서 환경을 하겠다고 했죠. 그 해에 스톡홀름에서 유엔인간환경회의가 열렸죠. 모르는 분야라 관심도 컸고, 환경은 종합 학문이니 이거야 말로 내가 공부할 거다.”



좋아하는 일,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환경 분야 전망이 어떻습니까.

“전망이란 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요. 무슨 분야에 가장 관심이 있는가 어느 분야에서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가 그걸 보는 게 중요해요. 유망한 건 택하지 말고 내가 평생을 바칠 만하다 그런 걸 택해야 돼요. 정직한 일이라야 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해요. 학생들한테도 절대 월급 걱정하지 말고 승진 생각하지 말라고 해요. 저도 과거에 연연했지만 해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은퇴 후 계획이라든가 숙원이 있다면.

“그런 것도 없어요. 탈무드에 보면 우리가 죽어서 하나님 앞에 서면 네 가지 질문을 받는 답니다.

첫째 질문이 네가 정직하게 일했는가. 그게 제일 어렵잖아요. 열심히 (예수를) 믿는다고 해 놓고 직장 가서 땡땡이 치고 탈세하고 위장전입하고. 교수 같으면 논문 표절, 이중게재하고.

둘째 질문이 매일 성경을 읽었는가. 매일 성경을 보면서 하나님 말씀 생각하고 묵상하는 생활이죠. 저도 가끔 빼먹지만요. 세 번째 질문이 아이를 잘 키웠는가. 자기 자식만 잘 키우는 게 문제가 아니고 미래세대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후손한테 아무것도 안 남겨주는 사회는 안 되죠. 네 번째 세상 전체를 위해서 얼마나 일했는가.”

■ 김정욱 연보

1964년 부산고 졸업

1968년 서울대 토목공학과 졸업

1968∼70년 육군 중위 전역

1972년 미 로드아일랜드대 환경공학 석사 과정

1977년 미 텍사스대 환경공학 박사

1977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환경연구원

1980년 한국창조과학회 가입

1982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2001∼2002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2011년 2월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정년퇴임 예정

1997년 3월∼현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공동 대표

글 이경선 기자·사진 최종학 기자 boky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