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결기 보다 경청

입력 2011-01-19 17:56


강추위 속에서도 기자들이 굵직한 취재를 한 한주였습니다.

프런트면의 이한상(전 삼풍백화점 대표이사)씨 얘기가 그러하고 정년퇴임하는 환경학 1세대 김정욱(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그러합니다. 여성 검시관 이현주씨 사명 또한 남다르며 그의 일터는 들여다보기 힘든 곳이기도 합니다. 예쁘장하게만 여겨졌던 탤런트 겸 배우 이일화씨의 연단과 극복은 짠한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이한상씨 인터뷰는 쉽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인터뷰 거절이었습니다. 사건 당시 중3이었다는 조국현 기자가 장가갈 나이가 됐으니…. 세상 사람들은 일부러라도 망각하고, 유가족은 갈수록 뼈에 사무치는 시간의 모호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 기자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에 앞서 성수대교 사건을 겪었습니다. 성동구에 있던 학교 교실에서 다리가 보였다는데 어느 날 “어, 성수대교가 없어졌네” 해야 했던 ‘붕괴 트라우마’ 세대입니다.

따라서 조 기자에겐 이씨의 표정, 차림새, 환경 등이 언어적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어렵게 설득한 끝에 응한 이씨에 대해 “세상에 관한한 극도로 낮은 자세였다”고 전했습니다. 이씨의 ‘세상 밖’ 얘기인데 가장 깊숙한 세상 이야기, 임재가 되었습니다. 고인과 유가족을 위한 기도 잊지 않겠습니다.

환경학의 대가 김정욱 교수. 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도 역임한 그의 성서적 메시지는 세상의 기준과 가치를 우선하기 쉬운 우리에게 의미 있는 언어로 다가듭니다. ‘옳고, 그르다’의 판단보다 ‘경청’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것이 이경선 기자의 얘기입니다.

저는 새해 들어 작심한 것이 있습니다. 일기쓰기입니다. 세월이 가면 결기가 덜할 줄 알았는데 경청보다 결기가 앞서서입니다. 아, 기사 완성도가 떨어지면 부원에게 버럭 하는 것 같아 미안해하는 말입니다. 일기가 도움이 되겠지요.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