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김 아나톨리씨, “할아버지 나라서 도움받아 희귀 관절병 딛고 섰습니다”
입력 2011-01-19 18:40
희귀 관절병으로 장애를 지닌 우크라이나의 고려인 3세가 국내 한 병원의 도움으로 다시 걸을 수 있는 기쁨을 선물 받았다.
경기도 안산21세기병원 문형태(왼쪽) 진료원장은 고관절 괴사병(대퇴골두무혈성 괴사증)을 앓고 있는 김 아나톨리(54·오른쪽)씨를 초청해 지난 5일 무료로 인공관절치환술을 시행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출신인 김씨는 고교 교사로 근무하던 1997년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과 종교적 이유로 많은 고려인과 함께 우크라이나로 추방된 뒤 지금까지 농사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그러던 중 2009년 고관절에 이상이 있어 수술이 필요하다는 병원 진단을 받았다. 고관절 괴사병은 엉덩이 관절인 대퇴골두로 가는 혈관이 막히거나 눌려 혈액 순환이 제대로 안돼 뼈가 썩는 병이다.
김씨는 엄청난 수술비가 드는 데다 의료시설이 열악한 우크라이나에서의 진료를 포기하고 장애를 지닌 채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 선교 봉사활동을 위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외교통상부 직원 최예지(24)씨에게 사연이 알려졌다.
최씨는 봉사단체를 통해 알게 된 안산21세기병원 측에 김씨의 사정을 전하며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고, 이현욱 대표원장 등 의료진은 이를 흔쾌히 수락하며 수술비, 항공비, 체류비 등 2000여만원 상당의 비용을 지원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오는 3월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예정인 김씨는 재활치료에 비지땀을 쏟으며, 제2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한국의 한 대형교회가 세운 신학대에서 6년간 신학공부를 한 김씨는 6월쯤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자로 첫발을 내딛는다. 김씨는 “할아버지 나라 사람들이 베풀어 준 은혜를 평생 잊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