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조직이 대량 밀수→유흥가 판매 ‘줄고’… 복용자 직접 해외서 소량 구매 늘어

입력 2011-01-18 18:40


국내 마약 유통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마약조직이 대량으로 밀반입해 점조직으로 판매하던 방식에서 최근엔 소량 인터넷 구매나 마약 복용자들이 직접 해외에서 사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마약 사범 적발 건수는 비슷한데도 세관에 적발된 마약의 양이 급감한 것은 이런 흐름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18일 “과거 범죄조직이나 밀매조직이 마약을 팔기 위해 대량으로 밀반입했으나 지금은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이 직접 소비하기 위해 해외에서 소량을 몰래 들여오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세관에서 적발된 연도별 건수는 150∼210건을 유지했다. 그러나 적발된 마약은 2006년 2만2723g, 2007년 3만3171g, 2009년 4만2151g으로 매년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1만3442g으로 갑자기 줄었다. 건당 적발된 마약의 평균 중량이 갑자기 감소한 것이다.

탤런트 김성민(37)씨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 필리핀에서 현지인으로부터 구입한 히로뽕을 속옷이나 여행용 가방 등에 숨겨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반입한 뒤 네 차례 투약한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김씨의 경우처럼 해외에서 마약을 밀반입해 직접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소량 밀반입이 마약 소비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과거 마약을 유흥가 등에서 몰래 구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직접 사오는 형태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 밀수 증가도 적발된 마약의 양이 크게 줄어든 원인이다.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을 통해 마약을 들여오다 보니 대량 밀반입이 불가능해졌다.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 거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물건이 있다’는 글을 본 뒤 10∼20분 만에 거래를 마치고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수법으로 이뤄진다. 마약사범의 연령대가 낮아진 것도 한 이유다. 한번에 많은 양의 마약을 구입하기 어려운 10, 20대 마약 사범이 소량으로 마약을 국내에 들여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까지 대검찰청이 적발한 학생 마약사범은 106건으로 2008년 43건에 비교해 불과 2년 만에 배 이상 증가했다.

대검 관계자는 “마약 밀반입이 소량화되면서 고전적 마약류인 히로뽕이나 대마에서 중독성이 강한 엑스터시, 케타민 등으로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