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銀에 검은돈 거액 숨겨둔 2000명 명단… 위키리크스, 이르면 2주 내 폭로

입력 2011-01-18 18:36

스위스 은행에 거액을 숨겨둔 개인 자산가 및 기업 이름 2000개가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의해 이르면 2주 안에 공개될 예정이다. 명단엔 정치인 40명을 비롯해 유명 인사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공개시 큰 파장이 예상된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샌지는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프런트라인클럽 기자회견에서 전직 은행원 루돌프 엘메르에게서 스위스 은행 고객 정보가 담긴 데이터 CD 2장을 건네받았다. 엘메르는 “1990년부터 2009년까지 스위스 내 3개 금융회사를 통해 거래한 세계 각국의 부호와 기업인에 관한 자료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엘메르는 자료 입수 경위와 명단에 관련해선 입을 다물었다.

어샌지는 자료를 전면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뉴욕타임스는 “어샌지가 공개할 명단을 약 2주 동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어샌지는 또 영국의 중대 사기범죄 수사국에 자료 제출을 검토하고 있으며, 웹사이트 공개에 앞서 경제전문 언론에 자료를 건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엘메르를 ‘내부 고발자’로 불렀다.

엘메르는 지난 16일 영국 옵서버와의 인터뷰에서 “명단에 기업인과 정치인, 예술인, 다국적 대기업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은 정치인 40명을 포함한 ‘사회의 기둥’”이라면서 “미국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아시아 등 어디든 고객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엘메르는 “대서양 양편에 고객이 있다”고 언급해 주로 미국과 유럽의 고액 자산가가 명단에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다만 “나는 조세 회피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잘 알고 있고, 그 시스템에 반대한다. 조세 회피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엘메르는 전 독일 재무장관 피어 스타인브뤽에게 자료를 공짜로 주겠다고 의사를 전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엘메르가 근무했던 스위스계 율리우스바에르 은행은 그의 주장을 반박했다. 은행은 성명 등을 통해 “은행과 고객의 신용을 떨어뜨리려는 게 그의 목적”이라면서 “엘메르는 사실관계를 왜곡하기 위해 제각기 입수한 자료를 꿰맞추거나 위조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어샌지는 “미국 외교전문 25만건 중 지금까지 공개한 건 2.3%에 불과하다”면서 “자료 양이 방대해 검토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어샌지는 다음 달 7일 영국 법정이 여는 청문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