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량기 동파 복구작업 동행해보니… “수돗물 안나와요! 아저씨 빨리요” 전화통 불
입력 2011-01-18 18:36
꽁꽁 얼어붙은 수도계량기의 볼트는 묵직한 스패너를 들이대자 ‘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돌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계량기를 빼내고 새 계량기를 설치했다. 교체 작업이 끝난 뒤 헤어드라이어로 계량기에 연결된 수도관을 녹였다. 10분 정도 계속 하니 얼음이 녹으며 수도관 주위로 물이 새어 나왔다. 수도꼭지도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동부수도사업소에 행당동 한 아파트의 수도관이 동파됐다는 신고 전화가 걸려온 것은 18일 오전 8시10분. 최복현(53) 주무관과 함께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30분이 지나서였다. 최 주무관은 다른 곳의 얼어붙은 수도관을 고치고 있었다. 새벽부터 현장에 나간 다른 직원들도 모두 정신이 없었다.
이 아파트는 맞은편 건물에 햇빛이 가려 그늘져 있었고 복도엔 칼바람이 몰아쳤다. 헝겊, 스티로폼, 헌 옷가지들이 수도계량기를 덮고 있었지만 계량기 뚜껑을 열자 얼음덩어리가 가득했다. 집주인 김모(31·여)씨는 “매일 밤 계량기가 얼지 않도록 물을 틀어놓고 자는데 어제 하루 깜박했더니 바로 얼어버렸다”면서 “아침에 물이 안 나와 설거지거리가 가득 쌓여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작업을 마치고 숨 돌릴 새도 없이 금호동의 한 단독주택으로 달려갔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중에도 사업소에서 출동할 곳을 알리는 연락이 끊이지 않았다.
금호동 단독주택의 계량기는 앞마당 70㎝ 깊이에 놓여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최 주무관은 땅에 엎드려 묻혀 있는 계량기를 교체했다. 끓인 물을 부으니 얼어붙은 수도관이 녹기 시작했다. 17년째 이 집에 살고 있다는 이점순(58·여)씨는 “수도계량기가 얼어버린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밤새 물을 틀어놓고 잤는데도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얼어 있더라”며 “화장실 물이 안 내려가는 것이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동부수도사업소는 평소 직원 9명이 계량기 교체 작업을 한다. 그러나 시베리아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 16일부터 일반 행정직원 20명과 민간 위탁업체 직원 60여명이 긴급 동원돼 계량기 교체 작업에 나섰다. 그래도 일손은 턱없이 모자랐다. 김성곤(52) 계량기교체팀장은 “사무실에 있으면 동파 신고전화 때문에 아무 일도 못 한다”며 “지난 16∼17일 교체한 계량기만 900여개”라고 말했다.
김영도 주무관은 “사흘째 거의 밤샘작업을 하고 있다”며 “음식점 같은 곳엔 계량기가 동파되면 장사를 할 수 없으니 우리가 조금만 늦게 도착해도 불만을 쏟아내는데 그럴 땐 정말 야속하다”고 토로했다. 행정직이지만 계량기 교체 작업에 투입된 이모(51)씨는 “하루에도 10여곳씩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데 밤에는 정말 추워 손발이 마비될 정도”라고 말했다. 윤귀성 동부수도사업소장은 “설 연휴처럼 오랫동안 집을 비울 경우 수돗물을 조금씩 흐르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