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고공행진] 돼지 10마리중 2마리 살처분… 설 앞두고 수급불안 증폭
입력 2011-01-18 22:12
구제역 재앙, 물가불안 등 급속 전이
돼지고기 가격 폭등은 예고된 사태다. 구제역 재앙이 시작된 지 50일을 넘기면서 살처분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공급 물량 자체가 달리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조짐이라는 데 있다. 전체 사육 돼지 10마리 가운데 2마리꼴로 땅에 묻은 탓에 공급 자체가 원상회복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우유, 유제품 수급 불안도 가시권에 들었다. ‘구제역 충격’이 축산농가에 경제적 손실을 주는 1차 피해에서 가격 상승, 물가 불안으로 이어지는 2차 피해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돼지고기 파동 오나=돼지고기 도매가격 급등은 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던 지난해 11월 29일 전국 도매시장에서 1만3000마리를 웃돌던 거래량은 지난 17일 5336마리로 내려앉았다.
살처분 대상이 늘어나면서 시장에 내놓을 돼지가 모자라는 것이다. 18일 현재 매몰처분 대상인 돼지는 196만4436마리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1일 기준으로 국내에서 사육하는 돼지 988만632마리 가운데 19.9%를 땅에 묻은 것이다. 단순 계산하면 돼지 사육 수가 791만6196마리로 줄어든 셈이다. 이는 2000년 1분기 788만6932마리 이후 최저치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설을 앞두고 가격 불안이 더 심하다고 보고 묶여 있는 공급을 풀어주고 있다. 이동제한지역 내에 있는 폐쇄 도축장 가운데 일부에 제한적으로 도축을 허용하고 있다. 구제역 발생지역이지만 2주 동안 추가 발생이 없었던 곳에서 돼지를 수매해 물량을 시장에 풀 계획이다.
하지만 가격 상승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돼지를 키워 출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6개월임을 감안할 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져 가격이 안정되는 데 최소 6개월 정도 걸린다는 계산이다.
한편 한우 쇠고기 가격은 돼지고기와 달리 내리막을 걷고 있다. 공급 물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소는 매몰처분 대상 수가 13만4735마리에 그친다. 이 가운데 한우는 10만4524마리다. 전체 한우 사육 수(지난해 12월 1일 기준) 276만1576마리 가운데 매몰처분 한우는 3.8%에 불과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소는 돼지와 달리 밀집사육 정도가 낮아 매몰처분 수가 적다.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유도 모자란다=농식품부는 올해 원유(原乳) 생산량이 1931t으로 전년 대비 6.8%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농식품부는 원유 소비량 가운데 74%를 차지하는 신선우유는 공급이 가능하지만 분유 등 유제품은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개학을 하면 학교 우유급식이 늘면서 물량이 달리는 현상이 가중될 수 있다.
분유의 경우 이미 재고량이 바닥 수준이다.
적정재고 수준이 5000∼6000t인데 현재 재고량은 1000t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탈지분유 가격은 2009년 ㎏당 5409원에서 지난해 10월 6775원으로 치솟았다. 혼합분유 수입량은 2009년 2만5939t에서 지난해 3만2970t으로 증가했다.
수급 불안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낙농업에 종사하는 농가들이 사업을 접거나 은퇴한 데다 젖소 사육 수가 꾸준히 줄었기 때문이다. 젖소 사육 수는 2005년 47만9000마리에서 지난해 9월 42만9000마리로 11.6% 감소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