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고공행진] 국제 원자재 가격 동반 급상승

입력 2011-01-18 18:33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올해도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거래가격이 90달러를 넘어섰고, 소맥·원당 등 곡물부터 철강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 기후 악화에 따른 공급 축소, 달러 유동성 증가 등이 모두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전방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아 물가 불안이 깊어지고 있다.

◇곡물·원유·철강, 주요 원자재 동반 상승=1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7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93.0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70∼80달러대를 보이던 두바이유가 4개월여 만에 25%나 급등한 것이다. 이 같은 상승세라면 올 하반기에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교보증권 주상철 투자전략팀장은 “2분기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여유 생산능력이 소진되면 국제 유가는 구조적 상승국면에 들어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2012년에는 110달러 정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곡물 가격들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설탕 가격은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옥수수, 밀, 콩 가격도 최근 2년간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또 중국과 파키스탄 등 주요 생산국들의 홍수 피해로 생산량이 급감한 목화 가격도 100여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각종 원자재가 상승은 국내 수입물품들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불안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한국수입업협회에 따르면 주요 원자재 수입가격은 6개월 연속 상승했다.

◇수요증가·기후악화·유동성 3악재=문제는 이 같은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은 꺾일 조짐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국제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공급량은 기후 악화 등으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수요는 세계 경기회복 흐름 등으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곡물 가격의 경우 최근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로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든 데다 신흥국의 소득 확대 및 인구 증가 등으로 식품 소비가 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원유가 역시 경기회복과 함께 유럽 한파 등이 겹쳐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OPEC도 17일(현지시간) 월간보고서에서 “올해 회원국의 원유 수요가 하루 2940만 배럴로 지난해년보다 40만 배럴 늘어날 것이고 사용량도 123만 배럴 증가할 것”이라고 기존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재정정책으로 달러 유동성이 확대되고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원유 및 상품시장에 투기성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이승준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넘쳐나는 글로벌 유동성으로 투기거래가 크게 확대됐다”면서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속도가 붙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