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차이나 스타일’로 세계경제 재편

입력 2011-01-18 22:35


중국 상하이에서 지난해 10월 세기적 비즈니스가 성사됐다. 인도 전력회사 릴라이언스파워(Reliance Power)의 아닐 암바니 회장이 중국 국영 상하이일렉트릭과 100억 달러(약 11조1500억원) 발전장비 구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양국 간 거래 최대 액수이자 세계 전력분야 사상 최대였다. 상하이일렉트릭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보다 30∼40% 낮은 가격을 제시해 계약에 성공했다.

‘차이나 스타일’ 세계화로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리더십이 흔들리자 그 공백을 이처럼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파고드는 상황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에 맞춰 ‘새 전략, 지구 위에 우뚝 서다’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중국이 주도하는 신세계화 양상을 소개했다.

중국 중심의 세계화는 무역분야에서 두드러진다. 한국 일본을 비롯해 호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전 대륙에 걸쳐 최대 무역국은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한국의 경우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4.0%에서 지난해(2009.9∼2010.8) 22.8%로 늘었다.

FT는 중국이 세계화를 이끌지만 철저히 자기식이라고 분석했다. 국영기업을 내세워 개도국의 자원 및 인프라 등에 집중 투자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국영기업은 미국주도 세계화시대엔 부패와 비효율의 상징으로 인식됐었다.

금융부문에서 국영기업의 활약이 부각된다. 중국개발은행(CDB)과 중국수출입은행이 2009, 2010년 2년간 개도국에 대출해준 금액은 총 1100억 달러라고 FT는 집계했다. 이는 세계은행(WB)이 같은 기간 개도국에 지원한 1003억 달러를 능가한다. 대출조건도 WB보다 우호적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이는 개도국과 중국의 경제적 통합을 가속화시키고,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중국도 미국 리더십에 대한 도전을 숨기지 않는다. 세계 1위의 외환보유액과 무역량 증대를 발판 삼아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이나스타일 세계화에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각국은 중국의 투자를 반기면서도 종속을 우려한다. 중국이 집어넣는 국가자본이 ‘트로이목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에겐 새로운 고민이다.

아시아 주변국들은 중국과의 경제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그 불안감으로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