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가 낳은 플루티스트 레알 방한
입력 2011-01-18 18:51
플루티스트 니콜라스 레알(42)씨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통해 음악가의 길로 들어섰다. 18일 한국을 찾은 그는 서울 광화문 KT사옥에서 열린 ‘한국형 엘 시스테마의 과제와 미래’ 세미나에 참석해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을 느끼게 됐고 음악을 통해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자신의 음악 인생을 소개했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베네수엘라 경제학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에 의해 시작된 음악 교육 프로그램으로 빈민층 아이들에게 음악 교육 기회를 제공해 새로운 삶을 열어준 것으로 유명하다. 베네수엘라에서는 현재 25만명가량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구스타보 두다멜, 에딕손 루이스, 호엔 바스케스 등 유명 연주가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무대에 섰다.
아홉 살 때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에 참여한 레알씨는 “13살이 됐을 때 내가 전문 음악가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걸 알았다”면서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을 배우면서 이런 확신이 들었고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엘 시스테마의 독특한 교육 방식 덕분에 이런 결정이 가능했다고 소개했다. 가정환경, 나이 등 여러 면에서 다른 아이들이 모이지만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에서 이들이 배우는 데는 차별이 없다. “엘 시스테마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고르지 않습니다. 학생이 교사를 고르죠. 이론 교육을 오래 하지 않고 기본적인 것만 교육한 뒤 바로 악기를 가르칩니다. 아이들은 원하는 악기를 배우고 곧바로 오케스트라 활동도 시작합니다.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진행되지만 모든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집니다.”
레알씨는 “악기를 연주하면서 음악은 삶의 일부가 된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다른 친구들과 화합하고 가까워지게 된다”면서 “그게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인이 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미 플로리다 레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플루트 연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스스로 “엘 시스테마에 빚을 졌다”고 말하는 레알씨는 한국 학생들에게 “음악을 배우는 모든 단계에서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