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벌기업 문어발식 확장은 고질인가
입력 2011-01-18 17:39
30대 그룹 계열사가 처음으로 1000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1069개다. 엊그제 재벌닷컴이 자산 순위 30대 그룹의 계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2005년 말 702개에서 연 평균 73개씩 늘어 5년간 50%나 급증했다. 그 가운데 10대 그룹 계열사의 증가치는 30대 그룹 계열사 전체 증가분의 절반이 넘는 51.2%를 차지했다.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계열사 급증은 우선 정부가 2006년 말 중소기업 고유 업종 제도를 폐지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한 출자총액제한제도가 2009년 사라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이들 제도의 폐지로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재벌그룹의 무차별한 사업 확장이 가능케 됐다. 주력 사업과 무관하게 중소기업의 무대였던 유통, 물류, 요식, 인테리어 분야 등에 재벌이 진출했다. 심지어 정수기 시장과 학원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돈이 된다 싶으면 못할 게 없다는 식이었다. 신규 계열사 대부분이 서비스업종 등 비제조업체에 몰림으로써 중소기업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 게 현실이다.
물론 계열사 증가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업종 다각화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면 좋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금도라는 게 있다. 무질서하게 중소기업 영역까지 침범해 약자의 목을 조르는 것은 강자 입장에서 할 일이 아니다. 이건 대기업의 횡포다. 게다가 총수가 재벌 2∼3세에 막대한 부(富)를 대물림해주기 위한 창구로 계열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국민경제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편법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엊그제 비대해지는 대기업의 행태를 비판했다. “우리 대기업들은 너무 공룡처럼 성장하고 있다. 눈먼 돈도, 더러운 돈도, 깨끗한 돈도 모두 갖겠다고 한다. 같이 사는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도덕이라는 게 있다.” 적절한 지적이다. 특히 지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모색되는 시점이다. ‘공정한 룰’ 아래서 대기업은 신기술 개발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중소기업은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쓴다면 동반성장 토대가 일정 부분 마련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