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LG는 브라질의 ‘국민 브랜드’… 최신 제품 불티난다

입력 2011-01-18 21:57


③ LG전자, ‘삼바 가전시장’ 평정

LG전자의 브라질 마나우스공장은 아마존 밀림의 중심부에 있었다. 지난 10일 이곳의 한낮 수은주는 섭씨 28도까지 올랐다. 열대우림 특유의 습도까지 더해져 냉방시설을 벗어나면 온몸에서 연신 땀이 흘렀다. 브라질 정부가 조성한 공업단지 내 부지 17만2000㎡(5만2000평), 건평 4만9613㎡(1만5000평) 규모로 자리 잡은 마나우스공장에서는 현지에서 채용된 직원 2600여명이 3개 공장에 분산돼 TV와 에어컨, 냉장고, 오디오 등 각종 전자제품을 조립하느라 바쁜 손놀림이었다.

◇TV 한 대 조립에 6∼7초=컨베이어 벨트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제1공장 LCD TV 라인에서는 조립과 검사, 포장까지 걸리는 시간이 6∼7초에 불과했다. 단계별 조립과 검사를 끝내기 위해 일시적으로 벨트를 세웠다가 이동시키던 기존 방식이 12∼13초 걸렸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속도 향상이다. ‘흐름생산(Flow Line)’ 방식으로 공정을 바꾼 뒤 생산성이 50% 이상 향상됐다. LG전자 마나우스공장은 2년 전부터 적용한 공정 혁신을 통해 지난해 TV 300만대, DVD 플레이어 160만대, 오디오 60만대, 에어컨 20만대, 카 오디오 14만대를 생산했다. 이 같은 생산 증대에 힘입어 LG전자는 지난해 브라질에서 매출액 30억 달러를 달성했다. 전년도(24억 달러)보다 25% 늘어난 성장세였다.

마나우스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아마존강과 대서양을 거쳐 뱃길로 24∼25일 걸리는 상파울루로 이동한다. 상파울루 인근 상권이 브라질 전체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평택공장에서 생산된 부품을 마나우스로 옮기는 것보다 마나우스에서 상파울루로 완제품을 운송하는 데 드는 물류비가 더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나우스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한해 주어지는 세제혜택이 크기 때문에 국내에서 완제품을 수입해서 브라질에서 파는 것보다 45% 싸다.

◇LG는 삼바의 국민 브랜드=브라질에서는 LG전자 제품이 가전시장을 휩쓸고 있다. 시장전문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LG전자의 PDP TV는 브라질 내수시장에서 59%로 독주하고 있다. 평판TV의 주력제품인 LCD TV도 3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모니터 33%, 오디오 31%로 각각 1위다. 브라질에서는 ‘LG가 국민브랜드로 통한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LG전자는 1995년 메르코수르 협정으로 이 지역에서 배타적 관세동맹이 형성되는 것을 보고 현지시장 공략을 위해 마나우스에 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철수한 삼성전자와 소니 등 경쟁업체들과 달리 브라질을 고수하면서 가전시장 1인자로 올라섰다. 축구를 좋아하는 브라질 국민의 성향을 감안해 브라질 최고 인기의 명문구단 상파울루FC를 2001년부터 후원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나간 것도 도움이 됐다.

◇국내 기업들 브라질 투자 러시=LG전자는 최근 상파울루주 파울리니아 시로부터 66만㎡(20만평) 규모의 토지를 무상으로 공급받고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다른 기업들도 앞 다퉈 브라질 투자에 나서고 있다. IMF때 철수한 뒤 재진출한 삼성전자는 연내 마나우스에 가전공장을 증설한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상파울루주에 자동차와 부품공장을 신설한다. 효성과 동국제강, LS전선 등도 각각 공장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브라질의 성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지난해 7.6%의 고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성장률은 8.9%로 14년 만에 최고치였다. IMF에 따르면 2011년 브라질의 총 GDP는 2조1930억 달러로 세계 7위(지난해 8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월드컵(2014년)과 올림픽(2016년)이라는 두 가지 빅 이벤트를 치르고 나면 브라질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투자자들의 시각이다.

코트라 상파울루센터 황기성 부센터장은 “브라질에서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 많다”며 “꾸준한 관심을 갖고 시장에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나우스(브라질)=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