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 ‘마이스터고’] 다양한 혜택에 졸업후 취업 보장… 미래의 명장들 “선택 잘했어”
입력 2011-01-18 17:36
침체된 직업교육을 살리기 위해 세워진 마이스터고의 인기가 뜨겁다. 신입생 성적도, 입학 경쟁률도 높다. 현 정부 교육정책 중 진보·보수 모두가 환영하는 정책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할 학교”라고 평가하는 등 마이스터고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본보는 17일 마이스터고 출범 1년을 맞아 지난해 마이스터고를 다니며 교육과정을 직접 체험했던 학생들의 소감을 들어봤다. 학생들은 “취업이 거의 보장된 학교에서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는 보람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예비 명장의 학교 자랑=김승환(17)군은 2009년 대구의 한 일반계고 1학년에 다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부반장을 맡았을 만큼 학급 친구들의 신망을 받았고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회의를 느꼈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원하던 공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아버지가 마이스터고 진학을 권유하면서 고민 끝에 그는 학교를 자퇴했다. 마이스터고를 준비했고, 지난해 3월 전남 광양시에 있는 한국항만물류고 신입생이 됐다.
김군은 “당시엔 어머니와 선생님, 친구들 모두 마이스터고 진학을 반대했다”며 “어떤 선택이 옳을 지 확실치 않아 불안했다. 혼자 방에서 울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김군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무엇보다 학교를 졸업했을 때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실전 기술’을 익히는 기쁨이 크다는 게 김군의 설명이었다. 그는 “영어나 수학 수업 비중이 적어 아쉬울 때도 있고, 마이스터고가 막 시작한 단계여서 실습장비가 부족할 때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마이스터고는 졸업한 뒤 또래 누구보다 현장에 일찍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고 말했다.
추동욱(17)양은 “취업이 쉽다는 게 마이스터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추양은 서울 수도전기공고 1학년 200명 중 28명밖에 없는 여학생 중 한 명이다. 그는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수도전기공고는 한국전력공사와 채용 약정을 맺고 있어 노력 여하에 따라 졸업과 함께 한전에 취업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마이스터고의 고공비행=올해 서울 지역 마이스터고 두 곳에 합격한 중학교 3학년 평균 내신 성적은 상위 25% 수준에 달한다. 특성화고(옛 실업계고)라면 공부에 흥미가 없는 학생이 진학한다는 인식을 마이스터고가 바꿔놓고 있는 셈이다. 경쟁률은 수도전기공고가 2.47대 1,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2.85대 1을 기록했다.
이러한 인기는 마이스터고 진학시 주어지는 다양한 혜택 때문이다. 학비가 무료이고 우수한 학생은 해외 직업학교에서 연수를 받을 수도 있다.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별도의 장학금이 지급된다. 학급당 정원이 20명 정도여서 학생 수준에 맞는 ‘맞춤형 수업’도 가능하다.
특히 졸업과 동시에 대부분의 학생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크다. 삼성 현대 등 국내 대기업 상당수는 전국 마이스터고와 각각 채용 약정을 맺었다. 삼성중공업과 경남교육청은 17일 거제공고에 산학 겸임교사를 지원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앞으로 이 학교에 기술자문 및 교육과정 참여를 통해 조선 기술 장인을 배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 24곳인 마이스터고 숫자를 2015년까지 50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