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교회 뒤흔드는 재개발정책(하)
입력 2011-01-18 15:29
[미션라이프] 재개발지역의 대다수 목회자와 원 거주민은 복잡한 절차에 제대로 대응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교회가 보다 조직적으로 대처해 초기 대응을 잘하고 종국적으로 관련 법을 개정하도록 만들지 않으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전면 철거에서 부분적 철거 방식으로”=재개발지역 임차교회와 세입자 및 저소득층은 살 곳부터 걱정해야 한다. 재개발 방식이 전면철거이기 때문에 일단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변변한 대책 없이 떠나야만 한다. 장석윤(법률사무소 해율) 대표변호사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이 결국 국가가 개입하는 공익사업임을 감안하면 정부에서 일정부분 무이자 또는 저리로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경원대 정석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예전에 재개발은 너무 낡아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에 적용했는데 요즘엔 원칙 없이 길이 비좁다거나 주차공간이 없는 불편함 때문에 이뤄지기도 한다”며 부분철거가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면철거는 단기간 개발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개별 건물 소유주들이 필요시 리모델링을 하거나 보수를 하는 게 상식적”이라고 했다. 부분철거의 예로 ‘마을 만들기’를 들었다. 오래된 단독주택 지역을 설정해 한 채씩 고치고, 주차공간이나 부족한 편의시설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북촌 한옥마을, 경복궁 서측의 체부동, 통인동, 옥인동 등의 ‘서촌 가꾸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법 개정 없이 재개발 문제 해결 요원해”=현재 재개발지역 목회자들은 교회만의 특혜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며 부분철거와 부분개발이 가능한 ‘도시재생형 개발방식’, 즉 선진국형 빈자와 부자가 공존하는 개발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기독교사회책임 관계자는 “재개발 지역의 기반시설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건설하면 그만큼 원거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여지가 있다”고 했다. 또 “교회를 공공시설이 아닌 문화시설로 규정해 최소한 원거주민과 동일하게 조성원가의 80%에 제공해줘야 한다”며 이는 결코 특혜가 아니라고 밝혔다. 외부인인 벤처기업에 IT산업 진흥을 위해 조성원가의 80%에 택지를 분양하기 때문에 교회에 대해서도 종교문화 진흥 차원에서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임태모 국토해양부 주택정비과장은 “전면철거를 보완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라며 “다만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고 조합에 여러 사업을 제시한 뒤 선택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선택으로 사업 방법을 결정하는 건 너무 이상적이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저소득층 배려보단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법을 개정하는 게 가장 실질적 방안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아직까지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익집단간 이해가 상충해 답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승규 전 법무부장관은 “미국 기독법조인단체 ADF(Alliance Defense Fund)와 같은 싱크탱크 설립을 추진해야 할 때”라면서 “한국교계가 보유하고 있는 법조인, 국가 행정 정책 전문가, 경제사회학자 등이 참여하는 최고의 테스크포스팀을 꾸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최적의 함수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든 교회가 나서야 한다”=보수?진보를 떠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데도 기독교계는 무관심하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재개발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한기총 이름으로 거리집회를 하다보니 진보 성향의 기독NGO나 정당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재개발 문제 해결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교단 차원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 3년 전부터 관련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관련 법에 의거해 보상이 결정되기 때문에 재개발지역 교회와 주민들의 법률에 대한 선 이해 및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교계 입장에서 광범위한 연대 구축과 대책 수립, 각종 사례를 담은 매뉴얼 공유 및 관련 교육의 상시화 등이 일차적 대안이다. 주민 자생적으로 구성된 평택신장지구 뉴타운반대위원회의 주축인 송탄중앙교회가 한 예이다. 예장 합동 최병남 재개발특위 위원장(송탄중앙교회 목사)은 “우리는 사업 초기부터 MP(Master planner·총괄계획가) 회의에 목회자들을 참석시켜 시정사항을 지적하고 재개발의 부당성을 성도들에게 널리 알려왔다”고 했다. 송탄중앙교회는 지역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교육에도 열심이라고 했다.
김진호 한기총 종교재산법 연구위원장은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며 2005년 말 주택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용두동 내 광석교회가 존치될 수 있었던 비결을 소개했다. 김 연구위원장은 “보통 주택개발정비구역이 지정되면 조합 결성→사업 인정 고시→관리처분→승인→이주→공사 착공→입주→조합 청산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며 “조합이 결성되기 전 구청에 존치를 요청, 광석교회를 헐고 용두동 재개발이 이뤄지던 중 원 위치에 지난해 6월 교회를 새롭게 완공해 재개발의 칼날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택지개발(신도시)의 경우 마땅한 초동 조치가 없기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보다 나은 보상 및 이주 대책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양민경 신재범 이사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