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부동산 투기’ 부추기나

입력 2011-01-18 00:40

서울 자치구의 부동산투자 강좌 개설이 논란을 빚고 있다.

서초구는 17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부동산 최고경영자’ 강좌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재개발, 재건축, 경매 등 부동산 투자가 주요 내용이다. 금융, 계약, 세무 등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내용도 포함된다. 강의는 18일부터 6월 말까지 24주 동안 진행된다. 자산관리나 투자에 관심 있는 구민과 부동산 관련 경영자가 대상이다. 강의료는 30만원이다.

18일 첫 강의 제목은 ‘2011년 부동산전망 및 창조적 자산관리’다. 구는 구민들에게 더 많은 자기 계발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강좌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가 배포한 보도자료 상단에는 ‘부자가 되고 싶으시죠? 서초구청으로 부동산 강의 들으러 가요’라고 적혀 있다.

양천구는 3월부터 부동산 경매 강좌를 진행한다. 2개월 동안 매주 2차례 구 평생학습센터에서 진행된다. 부동산 관련 민사집행법과 조세제도, 경매대상 물건의 권리분석, 낙찰 후 처리방법, 주택임대차 등이 주요 내용이다. 노원구는 지난해 9~12월 건국대와 연계해 도시주택 최고위 과정을 진행했다. 강동구도 지난해 4개 권역에서 7~12월 4차례 부동산 강좌를 열었다.

자치구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구민들의 부동산 투자 학습 수요를 충족시켜준다는 입장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부동산업자뿐 아니라 일반인, 대학생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며 “일반 대학의 부동산 강좌 수강료가 300만~400만원인 걸 고려하면 매우 싼 강의”라고 말했다. 양천구 측은 “부동산 관련 지식을 알기 쉽게 알려주는 강의로 투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예산과 행정력을 들여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초구는 강사료 등을 포함해 예산 2300만원을 배정했다. 양천구는 수강료 3만원으로 강사료를 충당하지만 공간 마련과 강좌 관리는 구 몫이다. 노원구는 올해 강좌 진행을 위해 예산 4000만원을 신청했지만 구 의회는 “소수를 위한 강좌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라며 연말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삭감했다.

참여연대 이재근 행정감시팀장은 “주택가격 안정에 앞장서야할 공공기관이 결국 특수계층을 상대로 투자비법을 가르치고 투기를 부추기는 것”이라며 “지자체로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이모(34·당산동)씨는 “보육 등 공공서비스를 해야할 구청이 투자 여력을 가진 일부를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게 실망스럽다”며 “게다가 서초구는 부동산 값 급등의 진원지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