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산업단지 정전… 공장 20여곳 ‘스톱’
입력 2011-01-17 21:51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17일 정전사태가 발생, 산단 내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한파로 인한 전력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해 이번 정전이 전력 수급 문제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여수·광양지사와 여수국가산단 내 입주업체들에 따르면 17일 오후 4시10분쯤 정전 사고가 발생, 20여분 만인 4시30분쯤 복구됐다. 입주업체들은 정전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돼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실태 파악에 나선 상태다.
정전으로 가동이 중단된 곳은 GS칼텍스 1·2공장과 제일모직, LG화학, 남해화학, 삼남석유화학, 휴켐스 등 20여개 업체로 잠정 파악됐다. 피해액은 최소 1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정전 피해 업체들은 현재 가동 정상화를 위해 복구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피해 공장 대부분이 완전 가동 단계에 이르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석유화학 공장이라는 점에서 피해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전력은 “여수화력발전소에서 용성변전소를 연결하는 전력공급선로용 개폐장치 이상으로 순간전압강하 현상이 발생하면서 정전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한파로 인한 전력수요 부족 때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전에 따르면 GS칼텍스 공장은 한전 여수화력발전소에서 154㎸ 선로 2회선을 상시 공급받고 있어 한쪽 선로가 정전되더라도 나머지 선로를 통해 전력이 정상 공급돼야 한다. 이날 순간전압 강하가 일어났을 때 한전의 개폐장치는 차단 없이 공급되고 있었으나 GS칼텍스의 구내 개폐기가 차단돼 일시 구내 정전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전 순천전력소 관계자는 “여수화력발전소에서 여수산단 내 변전소인 용성변전소로 가는 15만4000V 전압의 전력이 강풍 탓에 순간적으로 떨어졌다가 복구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정전현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전선에 나뭇가지 등 이물질이 닿을 경우 순간적으로 전압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한전이 관리하는 전기 선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원인을 두고 책임 공방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여수산단은 2006년 4월과 5월, 2008년 5월에도 전력공급 차질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우리 공장 외에 다른 공장도 다 가동을 멈췄다”면서 “이는 한전의 잘못이 아니면 누구 잘못이겠느냐”고 말했다. 정전이 한전 책임으로 드러날 경우 업체들이 한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이날 낮 12시 최대 전력수요가 7314만㎾를 기록, 사상최대를 돌파했다. 올 겨울 들어 벌써 네 번째 기록 경신이다. 예비전력은 404만㎾로 비상상황 기준인 400만㎾를 간신히 웃돌았다.
김도훈 기자, 여수=이상일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