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사 ‘산 넘어 산’… 2011년 해외 항공사와 경쟁 불가피
입력 2011-01-17 21:20
‘산 넘어 산’. 국내 저가항공사들이 처한 상황이다. 2005년 생겨난 저가항공사 업계는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맞았다. 그러나 해외 저가항공사들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경쟁 구도는 더욱 가혹해졌다. 국내업체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릴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지난해 저가항공사들의 국내여객 수송량은 701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송분담률 역시 2009년 27.3%에서 34.7%로 크게 올랐다. 덕분에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 등 국내 저가항공사 4사의 지난해 매출은 1000억원을 넘어섰고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들의 약진은 항공수요 증가와 저가항공에 대한 인식 개선이 맞물린 덕분이다. 출범 당시만 해도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컸지만 이제 이런 부분은 완전히 해결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처음엔 ‘싼 게 비지떡’ 이미지였다면 이젠 ‘합리적 가격’ 인식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 시작됐다는 시각이 많다. 지금까지 가격을 무기로 국내 대형항공사와 경쟁을 해 왔다면 앞으로는 가격 우위 없이 해외 저가항공사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저가항공사들은 돈 되는 국내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필리핀 업체 세부퍼시픽항공이 인천∼세부 노선 등 4개 노선을 운항 중이고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인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도 지난해 11월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을 취항했다. 올해는 일본 2위 항공사인 전일본공수가 저가항공사를 설립, 한국과 중국을 잇는 노선을 운항할 계획이다. 중국 저가항공사인 춘추항공도 인천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을 잇는 노선이 해마다 여객이 크게 늘어나는 황금시장이라는 점에서 기존 대형항공사들과 각국 저가항공사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업체들은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서비스로 해외업체의 도전을 이겨내겠다는 각오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가격은 낮지만 서비스는 대형항공사에 못지않게 제공할 방침”이라며 “해외업체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해 오히려 해외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대형항공사와의 협력을 통해 경쟁 우위를 유지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마카오 노선을 운항 중인 진에어는 홍콩 노선을 운항하는 대한항공과 제휴해 서울∼마카오∼홍콩 일정을 짤 수 있는 티켓을 판매 중이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