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동장군 설까지 ‘어슬렁’
입력 2011-01-17 21:34
북극 찬공기 남하에 ‘삼한사온’ 못 느껴
발열제품·온라인 쇼핑·배달 업체 ‘화색’
시베리아 한파의 기세가 2월 설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설 이후에는 평년기온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파의 영향으로 보온·발열 제품 업체, 온라인 쇼핑몰 업체, 공연업계 등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도심 식당가나 보험업계 등은 울상을 짓고 있다.
◇시베리아 한파 1월 말까지 계속된다=기상청은 올 들어 서울 하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이 9일이나 됐다고 17일 밝혔다. 평균 하루 최저기온도 영하 10.5도다. 2000년대 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해 1월의 평균 하루 최저기온은 영하 8.1도였다. 이례적인 혹한은 북극의 고온 현상으로 한기가 남쪽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최근 시베리아와 몽골 남동부 지역에 내린 폭설이 남쪽으로 내려온 한기의 힘을 강화시켰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기상청은 다음달에는 추위가 다소 풀려 평균기온이 평년치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다음달에도 기온 변화가 크고 일시적 추위가 한두 차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 관계자는 “삼한사온(三寒四溫) 현상은 유지되겠지만 따뜻한 ‘사온’ 기간에도 평년보다 기온이 낮아 삼한사온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례 없는 강추위에 울고 웃는 업계=강추위는 발열제품을 직장인들의 필수품으로 만들었다. 서울 가산동 디지털단지에서 근무하는 이예림(33·여)씨는 무릎히터를 켜고 발열방석에 앉아 무릎담요를 덮고 일한다.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에서 일하는 김대성(35)씨는 “금방 식어버리는 머그잔을 데우기 위해 전기 발열 플레이트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민영(28·여)씨는 폭설과 강추위로 곳곳에 빙판길이 생겨 통굽 신발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안전 슈즈벨트’를 붙였다. 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핫팩, 발열깔창, 전기담요 등 발열제품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30∼32% 증가했다.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고객도 지난해보다 25%가량 늘었다.
전국 각지의 찜질방 업주들도 한파가 고마운 손님이다. 추위 탓에 패스트푸드 음식점과 중국집 등의 배달물량 매출도 크게 늘었다. 추위를 피하고 싶은 연인들이 공연장과 극장을 자주 찾아 공연업계와 영화계도 희색이 돈다.
반면 회식이 크게 줄어 주요 회사 인근 식당은 울상이다. 서울 여의도동 금융거리에서 해산물을 파는 김재민(40)씨는 “1월이면 신년회나 업무개시 기념 회식이 많아 예약이 많았는데 올해는 한파 때문인지 매출이 30% 줄었다”고 했다.
자질구레한 자동차 접촉사고가 많아 보험업계도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삼성화재에 접수된 올 겨울 교통사고 건수는 지난해 동기보다 11.39%(지난 5일 기준) 증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파와 함께 눈이 많이 내려 자동차 보험 평균 손해율이 2005년 이후 처음 90%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한파 덕’에 금연자도 많아졌다. 최영기(33)씨는 “회사에 흡연실이 없어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추운 날씨 때문에 흡연 욕구가 줄었다”며 “주변에 1일 금연을 선포하거나 이번 기회를 금연 찬스로 활용하겠다는 동료가 많다”고 했다. 동장군(冬將軍)의 기세에 눌려 식당가를 찾는 대신 보온 도시락에 점심을 싸오는 직장인도 늘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