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철밥통’, 정글에 던져지다
입력 2011-01-17 18:31
‘철밥통’ ‘신의 직장’으로 꼽히던 공기업들 사이에 이른바 ‘정글의 법칙’이 확산 중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기본이고, 직급인사 체계 폐지에다 무능력자 퇴출 등 인사 회오리가 휘몰아치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난 14일 본사 간부 절반 가까이를 물갈이했다. 그동안 1급 5년차 이상 임원이 맡아 오던 주요 부서장에는 이번에 승진한 1급 4명을 전격 배치했다. 승진 10년차 내외의 부장급이 담당하던 주요 부서장직에도 초임 부장 7명을 앉혔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철저한 신상필벌과 업무 성과에 따른 인사”라고 말했다.
코트라는 창사 이래 49년간 적용해 온 간부직 연봉 등급제를 올해부터 없앴다. 대신 전년도 평가에 따른 성과급 연봉제를 도입했다. 코트라는 2001년부터 전 직원 연봉제를 실시해 왔지만 근무연한을 반영한 연봉등급표는 유지해 왔다. 이에 따라 간부 180여명은 근무연한 기준이 아닌 기본연봉 차등인상 제도에 따라 급여 폭이 달라지게 됐다. 한국석유공사는 연속 2년에 걸쳐 업무 성과가 미미한 이른바 ‘무임승차자(Free Rider)’로 평가되면 기본 연봉을 최대 50%까지 깎는다. 이를 통해 능력 없는 임직원의 퇴직을 유도하겠다는 것.
‘젊은피 수혈’을 통한 깜짝 발탁도 특징이다. 최근 유사석유 단속·적발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석유관리원의 경우 1급이 맡아 오던 대구·경북지사장이 3급으로 교체됐다. 유사석유 제조·판매 행위가 상대적으로 극심한 대구·경북 지역에 젊은 지사장을 투입, 기존과 다른 성과를 기대하겠다는 의도다. 만년 적자를 기록 중인 대한석탄공사도 최근 인사에서 기획조정실장 등 1급 4자리 중 2곳에 2급을 앉혔다. 경쟁에서 탈락한 1급 간부들은 팀원으로 내려앉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공기업의 이 같은 인사 혁신은 점점 글로벌화되는 사업구조 및 경쟁체제와 더불어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 중인 일반 기업들의 영향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실적과 능력에 따른 인사는 갈수록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