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남북관계 파급 영향은?… 한반도 매듭 풀 ‘실마리’ 나올 듯
입력 2011-01-17 18:32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국과 중국 정상의 만남에 우리 외교·안보 부서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 가운데 북한 핵문제가 포함돼 있어 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대화와 6자회담 재개의 일대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담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나타날지는 북한의 유일한 ‘스폰서’인 중국이 기존 스탠스에서 어느 정도 움직일지가 관건이다.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 미칠까=외교통상부 김영선 대변인은 17일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이 지역의 주도적 국가로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속내는 중국에 큰 기대를 거는 눈치는 아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로 북한이 공개적으로 비난받는 상황을 피하려 하기 때문에 우리 기대처럼 이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으로 나오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UEP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해도 미·중 정상회담이 단순 이벤트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중 사이에 해빙무드가 조성되면서 남북대화와 6자회담을 둘러싼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양국이 남북대화를 촉구하게 되면 남북 간에 대화 분위기가 진전될 수 있다. 연일 대화 공세를 퍼붓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또다시 무조건적인 대화 재개를 들고 나올 수 있고, 이에 우리 정부도 어떤 식이로든 응대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6자회담 재개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선(先) 남북대화, 후(後) 6자회담’이라는 한·미 양국 간 기본 원칙이 세워져 있다고 하지만 ‘전략적 인내’라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 대화가 진전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미·중을 중심으로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남북 양측이 각각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태도 표명’과 ‘무조건적인 대화 재개’라는 주장을 쉽게 버릴 수 없기 때문에 미·중 정상회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새로운 국면 전환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북 UEP에 대한 중국 태도 주목=중국은 북한의 UEP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중국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 14일 베이징의 한 포럼에서 “중국은 아직 본 적이 없고 미국 전문가들도 제대로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일은 현재로서는 완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 스스로 인정한 UEP 문제를 중국이 감싸고도는 격이다.
이는 UEP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해 유엔 결의 위반임을 확인하려는 미국 입장과 상반된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과 일정한 합의를 도출해 안보리 절차를 밟으려는 미국의 계획이 생각대로 이뤄지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양국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남북한의 대화를 촉구하는 등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의 공동성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