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폭로 사실땐 멜라트銀 지점폐쇄 불가피

입력 2011-01-17 18:32

북한이 대(對)이란 무기수출자금 창구로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을 이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 은행 서울지점에 지난해 10월 11일부로 2개월 영업정지라는 제재 조치를 취했으나 이미 시한이 만료된 상태여서 제재가 약했던 게 아니냐는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 있어서다.

미국 정부는 2009년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이란 제재조치 결의 이후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이란의 핵프로그램 활동과 관련한 물품의 구입대금 결제 창구로 이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자금 동결과 폐쇄 등의 고강도 조치를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다.

정부는 논란 끝에 지난해 9월 8일 안보리의 대이란 제재 조치에 동참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당초 지점 폐쇄 또는 자금동결이란 강경조치 원칙에서 흔들리더니 결국 금융위원회를 통한 제재 결정은 2개월 영업정지에 그쳤다.

겉으로는 국내 법규상 폐쇄나 자금동결 조치를 취할 명분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영업정지가 풀린 이후에도 4만 유로 이상의 신규 거래는 한국은행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영업이 정지된 상태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17일 한은에 확인한 결과 지난해 12월 10일부로 영업정지가 풀린 지 1개월 이상 지났음에도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은 단 한 건도 거래허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은의 허가를 받으려면 해당 거래가 이란의 핵·미사일 거래와 관련이 없다는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은 그러나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된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북한 송금창구 역할 의혹이 일파만파 번질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란 제재를 넘어 북한 제재까지도 고려해야 하므로 지점 폐쇄 등 강경조치가 불가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정지에 그친 것은 이란과의 외교관계 악화와 원유수급 악화를 고려한 것”이라면서 “북한이 걸려 있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은 예금보험공사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이 문제를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