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 단체 위장 침투 전직 英 경찰… “비밀 요원 15명 더 있다”

입력 2011-01-17 18:25

환경운동 단체에 침투해 시위정보를 수집해 온 것으로 드러난 영국 전직 경찰관이 자신 외에도 15명이 환경단체에서 비밀리에 활동했다고 폭로했다.

영국 런던 경찰청 소속이던 마크 케네디(41)는 16일(현지시간) 영국 ‘더 메일 온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나 외에도 최소 15명의 비밀요원이 환경단체에 침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2009년 내가 떠날 당시에도 최소 4명이 활동 중이었다”고 밝혔다.

케네디는 마크 스톤이란 이름의 위조 여권과 운전면허증을 만들어 지난 7년간 22개국을 돌며 환경 단체 시위정보를 수집해 왔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단순 첩보 활동의 수준을 넘어 행사를 조직하고 운동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활동까지 벌였다. 완벽해 보였던 그의 위장 생활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본명이 적힌 여권이 단체 동료들에게 발각되면서 막을 내렸다. 그는 자신의 위장 침입 사실을 인정한 뒤 사표를 제출하고 미국으로 도피했다.

그는 정보 수집을 위해 환경활동가인 여성 2명과 잠자리를 같이한 사실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케네디는 “첩보 활동을 통해 파악한 정보는 영국 내각과 유럽의 장관들에게 보고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비밀요원들 사이에서 성(性)을 매개로 한 복잡한 관계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케네디는 또 “전직 상관들이 자신을 배신했다”며 “현재 자신은 평생을 두려움에 떨며 살아야 할 정도로 악몽과도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그가 환경운동가로 위장해 활동할 때 발생한 사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09년 환경운동가 6명이 과도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비판하기 위해 ‘래클리프 온 소어’ 화력발전소에 침투하려다 체포된 사건이다. 경찰은 이들이 침투하기 전날 이미 상황을 파악하고 이들을 체포했다. 케네디가 경찰에 정보를 넘겼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비디오테이프 등 각종 증거자료를 통해 내가 아무에게도 압력을 넣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경찰청 고위 관리들이 핵심증거를 내놓지 않고 나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