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체벌 3월부터 학칙따라 자율 허용… 교과부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 발표
입력 2011-01-17 21:28
전교조 “인권조례 무력화”-교총 “교육적 체벌 보장”
교육과학기술부가 간접 체벌을 학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 폐지를 추진키로 했다. 진보교육감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체벌금지를 무력화하는 조치”라며 반발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17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3월 신학기부터 직접 체벌(손·도구 사용)을 금지하는 대신 간접 체벌(팔굽혀펴기, 운동장 돌기)은 학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했다.
개정안은 학칙 제정에 학생의 의견도 반영하도록 명시했다. 교과부는 간접 체벌로도 안 될 때는 출석정지 및 학부모상담제를 실시토록 했다. 또 두발, 복장, 휴대전화 사용 등 생활 규정도 각 학교가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교과부는 학칙 자율 제정을 일선 학교에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폐지키로 했다. 간접 체벌을 허용한 학칙을 교육감이 인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선진화 방안은 일선 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반면 교육감의 권한은 대폭 축소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유감’이라며 반발했다. 시교육청은 “불분명한 간접 체벌 허용방침으로 학교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며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폐지하는 것은 교육감의 교육정책 실현을 제한하고 교육자치 기본정신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학생인권조례와 체벌 전면금지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드러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 지도의 구체적 방법과 범위를 단위학교에 위임한 것은 학교 자율화 취지에 부합한다”며 “교육적 체벌은 학칙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의 발표로 일선 학교의 혼란이 잠잠해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방안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불과해 세부 학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의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학칙 제정 과정에 교장·교사·학생의 의견이 공평하게 반영될지도 의문이다.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폐지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개정안 통과 전까지 서울과 경기도 등 진보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은 간접 체벌을 허용한 학칙을 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학칙과 교육감의 방침이 어긋날 경우 일선 학교의 혼란이 우려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육감이 인가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한 적이 거의 없었다”며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거친 학칙 개정은 받아 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