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가 ‘화합’ 불 지핀 ‘총기 난사’… 여야 “오바마 연설때 자리 섞어 앉자” 논의 분주
입력 2011-01-17 18:25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을 계기로 미 정가에 해빙 기류가 흐른다.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25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 때 자리를 섞어 앉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지금까지는 상·하원 의원들이 하원 본회의장에 소속 정당별로 나눠 앉는 게 관행이었는데, 이 전통을 깨보자는 의도에서다.
시동은 중도 성향의 워싱턴 싱크탱크 서드웨이(Third way)가 걸었다. 서드웨이가 최근 “대통령 국정연설 때 여야가 따로 앉아서 한쪽은 환호성을 지르고, 다른 한쪽은 시큰둥해하는 모습은 피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정치권이 긍정적으로 화답한 것이다.
공화당 톰 코번(오클라오마) 상원의원과 민주당 척 슈머(뉴욕) 상원의원은 16일 NBC의 ‘언론과 만남’ 프로그램에 출연, 국정연설 때 나란히 앉겠다고 말했다. 또 공화당 리사 머코우스키(알래스카), 민주당 애미 클로부차(미네스타) 의원 등 상원의원 19명이 동참의사를 표명했다. 하원의 공화당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원내총무도 “민주당 스테니 호이어 원내총무 옆자리에 앉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2일자 사설에서 “국정연설은 당파성을 초월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일찌감치 지지 입장을 폈다.
그동안 냉랭했던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오바마 대통령의 관계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시 맞수였던 두 사람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2년간 거의 모든 주요 사안에서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매케인 의원의 태도는 지난 12일 애리조나 총격사건에 대한 오바마의 추모 연설 이후 달라졌다. 매케인 의원은 16일 WP 기고문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12일 밤 엄청난 연설을 했다. 희생자들을 감동적으로 추모했으며 이 나라를 위로하고 영감을 줬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나는 대통령의 많은 정책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가 재임기간 우리나라를 발전시키겠다는 진심을 가진 애국자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