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이라크와 화해로 ‘전쟁 공포’ 벗기

입력 2011-01-17 21:24

쿠웨이트가 20년 전 걸프전 때 이라크가 안긴 전쟁 공포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라크는 1990년 쿠웨이트 유전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하며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7개월 뒤인 91년 1월 17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34개 다국적군은 이라크를 상대로 ‘사막의 폭풍’이라는 작전명으로 전쟁을 벌였다. 걸프전이었다.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은 개전 43일 만에 다국적군의 집중포화를 당해내지 못하고 항복을 선언했다. 걸프전으로 쿠웨이트는 750억 달러(약 83조7750억원)의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전쟁에 따른 쿠웨이트 사상자 수는 공식 집계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10개월간 남은 지뢰와 탄약으로 150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전쟁 복구 자금도 350억∼450억 달러나 들었다. 이라크의 무력행위도 지속됐다.

쿠웨이트의 한 관리는 “2002년까지 후세인은 자국 군대를 끊임없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평화는 2003년 미국이 영국 등과 함께 이라크를 침공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킨 뒤에야 찾아온 듯했다. 그러나 완전한 평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걸프전 20주년에 맞춰 쿠웨이트의 상황을 전했다. 전후 쿠웨이트는 막대한 석유자원을 앞세워 고속 성장을 이뤘다. 고급 차량이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5성급 호텔과 고층 빌딩이 곳곳에 들어섰다. 그러나 겉모습과는 달리 쿠웨이트 국민들은 전쟁에 대한 공포가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쿠웨이트 개발 구역에 사는 오마르 알 타미미는 “우리는 여전히 이라크와의 전쟁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쿠웨이트 정부 관계자도 “북쪽 이웃(이라크)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12일 셰이크 나세르 모하마드 알-아흐메드 알-사바 쿠웨이트 총리가 20여년 만에 이라크를 찾은 것을 두고 ‘이라크가 드리운 (전쟁)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짓’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세르 총리는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만나 양국 간 협력증진과 해상경계 분쟁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