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들, 일제히 금리 인상 조짐… 인플레 압력 갈수록 고조
입력 2011-01-17 18:16
전 세계가 물가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신흥경제국들이 본격적으로 금리인상의 시동을 걸 태세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남아 있는 선진국과 달리 단기간 내에 빠른 성장을 거두고 있는 신흥국들이 물가안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금리를 출구전략(과도한 유동성 회수전략) 수단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초 기준금리 인상의 스타트는 태국이 끊었다. 태국 중앙은행은 지난 12일 금융정책위원회를 열어 인플레 억제를 위해 정책금리를 종전 2.0%에서 2.25%로 0.25% 포인트 인상키로 의결했다. 태국은 지난해 7월과 8월, 12월을 포함, 불과 6개월 만에 4차례나 금리를 올렸다.
다음날 한국은행도 같은 이유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렸다. 김중수 총재는 “베이비스텝(아기걸음마)으로 물가를 잡겠다”고 말하면서 인플레 압력 억제를 위한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다짐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회복을 주도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중앙은행들이 조만간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각각 19일과 25일 금리결정을 앞두고 있는 브라질과 인도가 금리인상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5.9%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 역시 지난해 무려 5차례나 금리를 올렸지만 여전히 인상에 배고파하는 모습이다. 겨울 강우피해로 식품 물가가 치솟으면서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무려 18%를 웃돌았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긴축모드도 심상찮다. 중국 인민은행은 20일부터 은행 지준율을 0.5% 포인트 인상한다. 지준율 인상은 2개월 만에 4차례나 되며 지난해 이후로 보면 7번째다. 정책금리도 인상 방향으로 갈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해 2차례 금리를 올렸지만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1월 5.1%로 2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상당기간 금리를 동결했던 나라들도 물가 폭등으로 인해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해 여름 가뭄에 따른 밀값 폭등으로 물가상승률이 8.7%를 기록하자 수개월 내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17개월째 금리를 6.50%로 동결한 인도네시아도 칠리소스 가격이 최근 몇달새 3배로 뛰며 국민들의 고통이 커지자 올해 7.25%로 올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