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멜라트銀 통해 250만달러 받아… 2007년 이란에 무기판매 수입금, 서울 거쳐 북한으로

입력 2011-01-17 21:57


위키리크스, 美 외교전문 폭로

북한이 2007년 이란 상업은행인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을 통해 무기판매대금으로 보이는 약 250만 달러(약 28억원)를 송금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미 국무부 외교전문(電文)에 의해 드러났다.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은 이란의 무기자금 중개 역할을 한다는 의혹을 사 지난해 10월 영업이 정지된 바 있다.

또 미국 정부는 현대기아차그룹이 수출하는 공작기계가 이란의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며 이란으로 수출하는 모든 기계류에 대한 검색을 우리 정부에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르웨이 일간 아프텐포스텐이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로부터 입수해 14일(현지시간)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2007년 11월 중순 이란에 소재한 기업인 ‘홍콩일렉트로닉스’는 약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유로화로 송금했다. 홍콩일렉트로닉스는 북한이 무기 거래 시 이용하는 ‘단천상업은행’의 유령회사로 확실시되는 곳이다.

미 국무부는 2008년 3월 24일 작성한 전문에서 “이란에 무기를 판매한 수입금을 본국에 돌려보내는 것 같다”고 밝혔다. 홍콩일렉트로닉스와 단천은행 모두 유엔과 미국, 우리나라의 제재 대상이다.

홍콩일렉트로닉스는 2007년 11월 초에도 두 건의 유로화 거래로 총 150만 달러(약 17억원)를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보냈다. 이 돈은 중국과 러시아 계좌로 빠져나갔다.

전문에는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이란의 핵 및 미사일 무기 거래 여러 건에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8월 중국기업의 지대공미사일 수출, 11월 이란 국방부 산하기업과 싱가포르 항공회사 간 거래 등이다.

북한과 이란이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을 집중적으로 이용한 이유는 당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로 다른 국가의 은행은 거래가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지점은 비중동 지역에 개설된 유일한 멜라트은행 국외지점이다.

미국이 우리 정부에 현대기아차의 공작기계가 이란 군수업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2009년 두 차례나 전한 사실도 확인됐다. 미 국무부는 2009년 5월 15일 전문에서 “터키 업체를 거쳐 공작기계를 최종 수입한 곳은 이란 알달란 기계회사로, 액체연료 추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샤히드 헴마트 산업그룹(SHIG)과 연관이 깊은 곳”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같은 해 12월 3일 작성한 전문에서도 “이란 기계업체 ‘사지 타브리즈’가 현대기아차(그룹)에서 HS630, HS800과 같은 공작기계를 수입하려고 시도한다는 정보가 있다”면서 우리 정부에 조치를 요청하라고 주한대사관에 지시했다. 미 국무부는 특히 “이란으로 수출하는 모든 기계류를 정밀 검색하고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해 달라”며 우리 정부를 강도 높게 압박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17일 “미국의 문제 제기는 사실이지만 조사 결과 해당 부품이 전략물자 수출허가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미국에 이렇게 설명을 했으며 추후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권기석 김도훈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