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요원 탑승·선원피난처 설치 의무화… 해적 예방대책 비용문제로 실효성 의문
입력 2011-01-17 21:43
국내 해운사 소속 선박의 해적 피랍 사건이 잇따르면서 정부와 업계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해적들의 활동 방식과 범위가 확대되는 데다 업계 자구책에 따른 비용 문제 등으로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17일 삼호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사건과 관련해 해적 출몰 시 배 안에 몸을 은닉할 수 있는 ‘선원 피난처’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입법화하기로 했다. 또 위험해역 항해 시 민간 보안요원들을 반드시 탑승토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우리 선박들에 대한 소말리아 해적의 납치행위가 급증함에 따라 해적 퇴치에 대한 근본대책들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우선 선원 피난처 설치와 보안요원 탑승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원 피난처는 선박 안에 설치된 특수 신변보호구역으로 기본적인 식량과 식수, 통신수단을 갖추게 된다. 해적들이 나타났을 때 선원들은 일단 피난처로 몸을 숨긴 뒤 하루 이틀 버티며 우리 해군의 구출작전을 기다릴 수 있다. 민간 보안요원들은 상황에 따라 무장 또는 비무장으로 선박에 탑승해 해적 출몰 시 선박의 초기 대응을 전담하게 된다.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이 담긴 ‘국제항해 선박 및 항만시설의 보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2월 임시국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같은 의무규정이 적용되는 선박의 기준 등 세부 내용은 국내 해운업체들과 협의 중”이라며 “우선 내부 지침을 만들어 업체들의 수용을 독려한 뒤 올 하반기쯤 관련법을 개정해 의무 시행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날 선박 관련 단체 관계자들과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해적 피해 예방·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선주협회와 한국선박관리업협회 등 선박 관련 5개 단체 관계자와 이번에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선사인 삼호해운 관계자도 참석했다.
회의에서 국토부는 한국선주협회 등에 업계 스스로 해적 피랍을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 실천을 좀 더 강화해줄 것을 주문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국토부 측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군함도 파견했지만 피랍사건이 계속되고 있어 업계의 자구책을 제도화시키겠다는 뜻을 전했다”면서 “국제선주협회가 만든 해적 대비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느슨하게 운영하고 있는 선사들에는 보안서비스를 강화토록 지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방침에 대해 해운업체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해운업체 임원은 “선원 피난처의 경우 자체 공기정화기나 비상식량은 물론 선박을 원격조종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춰야 하는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면서 “만에 하나 선원 중 1명이라도 외부에 남게 된다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연합 군사활동 등을 통한 조직적인 해적 소탕이 더 절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말라카해협에서 해적 출몰이 잦았는데 역내 국가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해군력이 강화돼 지금은 해적 피해가 다소 줄었다”면서 “석유 운송이 많은 아덴만에서 출몰하는 소말리아 해적들로 인해 아시아 경제에 큰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유엔 차원에서도 군사력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