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문화장관 후보자 청문] 결정적 한방 없어 맥빠져

입력 2011-01-17 21:45


“최고 문화장관은 박지원”

野공세 여유있게 비켜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대중 정부 이후 최고의 문화부 장관으로 자신의 ‘낙마’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꼽아 눈길을 끌었다. 야당은 청문회 내내 정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집중 거론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없어 다소 맥빠진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정 후보자가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10년 넘게 문화 관련 상임위에서만 활동한 경력을 거론하며, “3개 정부를 거치면서 업무성과가 뛰어난 장관을 꼽는다면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정 후보자는 “이 시점에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가장 인상깊게 생각하는 분은 민주당 원내대표로 있는 박지원 전 장관”이라며 “우리나라 문화예산을 전체 예산의 1%대로 올려놓은 분”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김대중 정부에서 1년4개월간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 문화부 산하단체장 해임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민주당 최종원 의원은 유인촌 문화부 장관을 직접 거명하며 “유인촌이 한 짓을 보면 이 정권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패거리놀음 같다”고 따졌다. 같은 당 정장선 의원도 “현 정부 들어와서 문화계 편중인사와 산하단체장 강제해임 등으로 문화계 갈등이 역대 어느 정권보다 심화됐다”고 꼬집었다. 정 후보자는 “장관이 되면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원점부터 챙겨보고 향후 처리 방안도 심도 있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및 농지법 위반, 논문표절 등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일부 위법사항은 있지만 고의는 없었다”며 비교적 여유 있게 공세를 피해갔다. 더구나 정 후보자가 청문회 직전까지 국회 문방위원장을 맡았고, 후임 위원장을 뽑지 못한 탓에 청문회에서 일부 의원은 정 후보자를 ‘후보자’가 아닌 ‘위원장’으로 부르는 모습도 보였다. 청문회 위원장은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한선교 의원이 대신했다.

몇몇 의원들은 지나친 후보자 띄우기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미래희망연대의 김을동 의원은 정 후보자의 해병대 출신 경력을 끄집어 내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 솔선수범)를 기대한다”고 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